달라도 너무 다른... 韓 vs 美 체육특기생 관리

[뉴스포커스]

 훈련·대회로 출석안해도 명문大 마저 학점 주고 졸업
 좋은 성적 내면 OK…"정유라 사태 계기 개선" 목소리 
 학사관리 엄격한 美, 타이거 우즈도 힘들어 2학년 자퇴


 #1. 한국계 LPGA 선수인 앨리슨 리(한국명 이화현)는 UCLA에 다니며 학업과 선수 생활을 같이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후 학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기 끝나자마자 친구에게 강의 내용 전달받고, 밤늦도록 공부해야 했다. 때로는 김밥으로 저녁을 때운다."

 #2.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뛰며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닌 A씨는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전혀 듣지 않은 과목에서 A+ 학점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담당 교수는 "수업에 코빼기도 비친 적이 없지만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 최고 학점을 줬다"고 말했다.

 ▶3학기 동안 학교 안갔는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체육 특기생으로 부정 입학한 뒤 3학기 동안 수업에 한 차례도 안 나가고 출석 인정은 물론 학점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체육 특기생 관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체육계에선 "정씨 한 명 때문에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힘든 체육 특기생들이 싸잡혀 욕먹는다"는 불만도 있지만 "이참에 허술한 체육 특기생 관리를 제대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대학 대부분은 체육 특기자 출석 등 관리 규칙이 허술하다. 교육부가 4년제 대학 중 체육 특기자 전형을 운영하는 76개 대학을 상대로 지난달 조사한 결과, 응답한 51곳 중 23곳이 정씨가 다닌 이화여대처럼 '국제대회 등에 참가하면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규칙을 두고 있었다. 이보다 더 허술하게 '총장이 인정하는 경우 출석 인정' 같은 규칙을 둔 곳도 20곳이나 됐다. 교수 또는 총장 재량에 따라 체육 특기생들에게 얼마든지 출석과 성적 등에서 혜택을 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미국선 아무리 운동잘해도…

 실제로 국내 대학에 다니는 유명 선수들은 훈련이나 대회 참가 공문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출석을 인정받고 있다. 프로골프 선수 전인지, 리디아고가 다니는 고려대는 학생들이 학내 체육위원회에 불출석 사유를 제출하면 교수가 재량껏 과제나 리포트 등으로 출석·시험을 대체해줄지 결정한다. 박태환과 김연아 선수 역시 잦은 해외 출전이나 훈련으로 수업 출석이 쉽지 않았지만,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과제를 제출하면서 단국대와 고려대를 각각 졸업했다.

 반면 미국은 학사 관리에 매우 엄격한 편이다. 미국에서는 학생 운동선수가 공부를 제대로 안 하면 학점을 못 따고 졸업도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체육 특기생은 대학 스포츠관리기구(NCAA)가 정하는 매 학기 학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1994년 미 스탠퍼드대에 입학했지만, 2학년 때 중퇴했다. 

 한 스포츠 연구원은 "근본적으로는 운동선수들이 초·중·고교 때부터 최소한의 학업 능력은 기를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