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전횡·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 대상에 포함될지도 관심
'의심점 드러나면 인지수사' 의지…외연 확대·고강도 수사 예고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칠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팀 구성을 비롯해 본격적인 수사 채비를 착착 진행하면서 향후 수사 범위와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일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기존에 진행된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검의 기본적인 수사 대상과 범위는 특검법에 적시된 14가지가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는 ▲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그 측근들의 국정농단과 이권 개입 ▲ 청와대 문건 유출 및 외교·안보상 국가기밀 누설 ▲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 교육농단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의혹 등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특검 출범을 전후해 특별수사본부가 적극적으로 파헤쳐온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비위 의혹 등도 주요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검찰이 다루지 않은 새로운 영역으로 특검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법도 14가지 의혹 외에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놨다.

야당 추천을 받은 박영수 특검 역시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상태다.

100명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는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 어떤 사안이 새롭게 불거질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일단 특검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7시간의 비밀은 그동안 국민적 시선이 집중된 '뜨거운 감자'로 꼽혀왔다.

이 사안과 연계된 박 대통령의 '약물 대리처방 의혹'은 이미 고발 사건으로 특별수사본부에 접수됐으나 검찰이 물리적 여건상 본격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특검으로 넘어온 상태다.

야권도 2일 공개한 박 대통령 탄핵안에 '세월호 참사 대응 실패'를 언급하며 헌법 10조의 '생명권 보장'을 위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직무유기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박 특검도 이미 해당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국민이 지금 제기하는 가장 큰 의혹 중 하나 아니겠냐"며 사실상 주요 수사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해당 의혹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면 특검 수사 강도는 그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청와대 기강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관계 부처 및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소환 조사가 수반되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에서도 핵심적인 질의 사항이 될 가능성도 크다.

검찰 관계자는 "설사 범죄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세월호 7시간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짚었다.

최순실씨 일가의 부정축재나 최씨 부친 최태민씨의 유사종교 이슈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최태민씨는 1970년대 박 대통령이 영애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비 종교'로 의심받는 영세교 교주로 행세한 최태민씨는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토대로 권력에 기생해 부를 쌓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이미 최태민씨로부터 '잉태'됐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런 점에서 박 특검이 '잠재적' 수사 대상으로 최태민씨를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최태민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할 가능성에 대해 "최태민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거기서부터 범죄가 발생했다는, 범죄의 원인이 됐다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국정농단 사태의 현상만 쫓지 않고 여차하면 그 연원까지 깊이 있게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영세교를 겨냥해 "유사종교적인 문제로 이러한 여러 가지 사건이 파생됐다면 당연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전반에 무속인 등 주술적 행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비선실세' 의혹이 처음 제기된 '정윤회 문건 사태'의 재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2014년 이를 수사한 검찰은 문건의 실체보다는 유출 경로 파악에 집중해 비판을 받았다. 상황에 따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한 김수남 검찰총장도 특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굵직굵직한 의혹 전반을 파헤치려면 최대 120일이라는 시간이 다소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법조계 격언을 거론하며 "일단 특검이 출범한 이상 국민적 관심사가 된 '세월호 7시간'이나 최태민씨 일가의 전횡 등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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