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지원, 어쩔 수 없는 사정 있었다"…구체적 보고 과정 답변은 회피
전체 질의 90% 집중돼 '이재용 청문회' 방불…얼굴 찡그리며 난감한 표정
"대통령 독대에서 합병 등 언급 없어" 대가성 일관된 부인 

(서울=연합뉴스) 옥철 정성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6일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있는 삼성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는 모두 9명의 대기업 총수가 출석했지만, 이 부회장 한 명에게 거의 90% 가까운 질문이 쏟아져 '이재용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그는 자신에게 연쇄적으로 질의가 이어지자 대부분 바짝 긴장한 채로 답변에 나섰고, 때때로 까다로운 질문이나 호통을 치는 듯한 질타가 이어질 때는 난감해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답변 중간중간에는 입술을 굳게 다물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등 당혹해 하는 표정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 집요하게 캐묻는 의원들의 공세에 오전에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기억을 되짚어보겠다"고 답한 뒤 오후 답변에서는 "정확한 시점을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면서도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밝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최씨 딸 정유라 승마 지원의 대가성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해야 한다. 아버님 약속을 실천하라'고 지적하자 "말씀드리기 적절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의원님들의 질타도 있었고, 미래전략실 관해서 정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회장께서 유지해오신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삼성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하자 "그러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오전 질의에서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약속하라'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추궁에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경솔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떤 압력이든 강요든, 제가 철저히 좋은 회사의 모습을 만들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하겠다. 국민 여론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질의 초반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저 자신 창피하고 후회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뭐가 창피하냐'고 파고들자 "승마 관련 지원이 투명하지 못했던 점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지원 건에 대해 누구로부터 보고 받았냐는 추궁에는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자리에서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승마 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에 대해 의원들이 계속 질의했으나 이 부회장은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자세히 규명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승마 지원 의혹 등과 관련해 "저도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 "(검찰·특검) 조사 후에 저를 포함해 조직의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두 차례 독대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자리에서 삼성물산 합병이나 기부금 출연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다며 대가성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7월) 30~40분 독대했는데 기부 얘기는 없었다. 문화융성이란 단어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나는 출연을 해달라는 걸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그는 문화융성과 스포츠·체육발전을 위해 삼성도 지원해달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7월 독대가 있었을 때는 "삼성물산이 이미 주주총회도 끝나고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 합병 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