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배우보다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유연석이 SBS ‘낭만닥터 김사부’(강은경 극본·유인식 연출 이하 ‘낭만닥터’)의 열혈 의사 강동주로 tvN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를 넘어섰다. 극중 흙수저 출신의 수재 외과 전문의로 성공과 출세를 위해 달리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고 돌담병원에서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나며 의사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다. 어지러운 현 시국에 인간미 넘치는 의사들의 이야기로 속시원한 대리만족과 깊은 감동을 안기며 최고 시청률 27.6%(닐슨코리아 기준)로 종영한 ‘낭만닥터’를 통해 유연석은 한층 깊어진 눈빛과 연기력으로 배우로서도 한층 성숙해졌다. 종영후 세이부로 포상휴가를 다녀온 그는 24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갖고 느리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속내를 털어놨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그의 드라마 데뷔작은 2008년 MBC ‘종합병원2’로 의학드라마와 인연이 깊다. “첫 드라마를 의학드라마로 시작했고 이후 한의사 캐릭터를 한 적도, 중간에 카메오로 의사 역을 한 적도 있었고 ‘심야병원’에선 보디가드로 출연했지만 눈동냥을 많이 했다. ‘종합병원2’때 레지던트들과 나흘 정도 의국에서 같이 살며 배웠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았고 당시 정말 열심히 했다. 그 때 메모한 걸 잘 간직해 이번에 다시 꺼내봤고 의사가운 주머니에 넣고 있었던 적도 있고 의학실습갈 때도 갖고 가서 보고 메모했다. ” 

‘낭만닥터’에서도 매회 박진감넘치는 수술장면과 생소한 의학용어를 자연스레 소화하며 극에 리얼리티를 불어넣었다. 돌담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만큼 저마다 사연을 가진 환자들의 수술을 원없이 해봤다. 그는 “중반 이후 수술신은 실제 내손으로 했고 한석규 선배님 수술 장면때 내가 대신 한 적도 있다. 심폐소생술을 병원에서 실습받았고 꿰매고 타이(매듭)와 수처(봉합)도 배웠으며 기도가 막혔을 때 기도삽관 등 실습을 많이 했다. 수술장면은 해외 수술 영상을 참고했으며 현장에 항상 자문의사분들이 있어 더미로 수술시범을 보여주면 따라했다. 처음엔 암호같이 느껴지던 의학용어 대사도 계속 하다보니 되더라”고 회상했다.  

시청자 뿐만 아니라 의사들의 공감도 샀다. 유연석은 “수술장면이나 의학 장면에 공감하며 보셨다는 의사분들이 많아 큰 힘이 됐다. 개인적으로 연락온 의사분들이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고 레지던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의사로서 사명감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현실에 부딪쳐 못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스스로도 생각을 많이 갖게끔 하는 의학드라마였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의사분들이 지금이라도 의대 생각없냐고 하시더라. 내가 실제로 타이와 수처를 너무 잘 하니까 왠만하면 어디가 찢어지면 꿰매줘도 되겠다면서. 근데 마취를 못해서 문제다. 하하”라고 웃음지었다.

‘낭만닥터’의 인기비결에 대해 그는 “여러 면에서 팀워크가 정말 잘 맞았다”며 “대본이 탄탄하고 메시지를 던져주는 글에 시청자들이 굉장히 공감했다. 유인식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등 스태프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팀이었고 ‘닥터스’를 하고 온 스태프들도 많아 완성도가 대단했다. 한석규 선배님과 서현진씨 등 연기자들도 열연해 여러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가 확 났던 것 같다”고 꼽았다. 

‘낭만닥터’는 극중 울림있는 대사와 내레이션이 매회 ‘어록’이 됐다. 유연석이 가장 감동받고 공감한 대사나 내레이션은 무엇이었을까. “김사부에게 강동주가 ‘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라고 물어보고 김사부는 ‘나는 이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다’라고 말한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신을 찍으며 나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너는 좋은 배우니, 최고의 배우니, 아니면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은 거니?’ 처음엔 관계자, 시청자들에게 괜찮은 배우, 잘하는 배우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 같고 그 다음에는 최고의 배우가 되어보려고 욕심부린 적도 있었던 것 같고 지금 작품을 해보면서는 ‘그래. 어떤 작품에 꼭 필요한, 내가 연기생활을 그만둔다면 나라는 배우를 한번이라도 ‘그 배우 지금 뭐하고 있을까’, ‘이 작품 그 배우가 하면 좋을 텐테. 지금 왜 활동안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필요한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그 신을 촬영하며 문득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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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