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에게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롤러코스터’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9월 23일 스포츠서울 보도를 통해 여성 A모씨에게 피소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A모씨가 소취하 의사를 전해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 소속사의 단순대처로 상황이 혼란스러워진 상태에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검찰수사 결론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정준영은 이틀 뒤인 그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했던 A는 전 여자친구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다음달 정준영은 KBS2 ‘1박 2일’을 포함한 모든 방송에서 잠정적으로 하차했다. 10월 초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을 무렵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고향과도 같은 프로그램인 ‘1박 2일’에 복귀했고, 지난 7일 정규앨범 ‘1인칭’을 발표하며 연예계 활동을 재개했다.

정준영은 3개월 공백기 동안 심경의 변화를 묻자 ‘당황→담담→되돌아봄→회복’이라는 키워드로 요약 설명했다. 다음은 사생활 논란과 관련한 정준영의 첫 심경 고백이다. 

-지난해 9월 23일 전 여자친구와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다 

그날 지인들과 저녁을 먹는데 친한 형이 “연예인은 늘 구설수 같은 걸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 가자마자 한시간 뒤 기사가 나왔고, 그 형에게 어떻게 된 거냐는 전화를 받았다. 

-논란이 불거진 이틀 뒤인 25일 오후 기자회견 열었을 때 심경은

기자회견을 할 땐 그게 진실이 밝혀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중간 부분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믿었다.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24~25일 여러 이야기가 나오니 내 입으로 솔직하게 다 얘기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잡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10월초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대인기피증 같은 건 아니었다. 한국에 있으면 PC방 등 밖에 나갈 일들이 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대중에게 보이는 건 아닌 듯 싶었다. 한국 사람이 없는 곳에 머물고 싶었다.

처음에는 미국 뉴욕을 가려 했는데 방송 촬영 때문에 발급받았던 비자가 취소가 된 걸 확인했다. 여행사에 빨리 갈 수 있는 곳을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파리를 추천해줘서 가게 됐다. 마침 아는 형도 한 명 있었다. 

-파리 생활은 어땠나 

2달 동안 집을 두번 옮겼는데 처음 살았던 집이 하필 한국 사람들이 쇼핑 1순위로 꼽는 메르시 지역이었다. 아침에 커피를 사러나가도 길에 한국 사람 뿐이었다. ‘이러려면 왜 왔나’ 싶어서 이사를 했는데 거긴 중동 사람이 사는 지역이었다. 파리가 아니라 중동에 온 것 같았다. 3주를 남기고 생제르망 지역에 터전을 잡으니 마침내 프랑스에 온 기분이 들었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같은 관광지는 가지 않았다. 주로 집에 머물거나 지인들의 집에 가거나 식당엘 갔다. 처음 파리에 갈 땐 아는 사람이 단 한명 뿐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친한 사람이 서른명 쯤으로 늘었다. 

현지에서는 한량처럼 생활했다. 웹툰이란 웹툰은 다봤다. 하루 한끼는 꼭 한식을 먹었다. 프랑스어도 배우고 그림도 배웠다. 음악 작업은 주로 가사를 쓰는데 전념했다. 현지에서 싼 기타를 사서 치며 썼는데 10곡 좀 넘게 완성했다. 그때 쓴 노래 가사들은 대부분 발표를 미뤄놓은 상태다. 너무 낭만적인 도시에서 쓴 가사들이라 지금 보면 민망하다. 

-파리 생활이 어떤 측면에서 도움이 됐나 

2012년 ‘슈퍼스타K’를 통해 데뷔한 뒤 한번도 쉰 적이 없다. 한국에서 거의 10년을 있으며 이렇게 길게 휴식기를 가진 게 처음인데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해외에 나가면 한국 생각이 잘 안난다. 휴대전화 유심도 현지 것으로 바꿔 놓고 아무 전화도 받지 않았다. 모든 걸 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했다.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며 지냈다. 

파리에서 앨범 재킷사진을 직접 찍어오려고 필름 카메라를 사서 60장을 찍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 인화해보니 다 심령사진 처럼 흔들리게 나와 실패로 돌아갔다. 

-프랑스에 있을 때 힘들었던 점은 

현지에서 마주친 한국인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듣는게 힘들었다. 걸어가다 나를 보며 그런 말을 해주시는 분들은 대개 불쌍해 하는 눈빛이더라. 모르는 분이 나를 위해 신경을 써주시는 건 고마웠지만 잊을만 하면 한분씩 내게 ‘힘내라’는 말을 하는 상황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보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정신력이 강한 것 같다

나같은 일을, 마음 약한 분이 겪었다면 아마 ‘멘붕’이었을 것이다. 잠 안와서 수면제를 먹어야 했을 테고. 나는 잠을 잘 잤다. 단순한 사람이라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힘든 일이 금방 잊혀진다. 힘든 일을 겪을 때 자기만의 여행을 가는게 도움이 되더라. 여러 연예계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해줬는데 ‘아무 것도 아니다. 지나간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심경의 변화를 설명하자면 

처음 언론에 보도됐을 때는 당황했다. 그땐 그 여성 분과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그해 9월 24~25일 다양한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나올 땐 담담했다. 사실 보도가 아닌 의혹 제기도 많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등지에서 휴식을 하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은 예전 모습으로 회복된 것 같다.

-최근 정규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명이 ‘1인칭’이다 

모두 내 이야기이다. 내게 있었던 일들을 가사로 풀어냈다. 인생을 살다보면 많은 이별을 겪게 된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생각하며 쓴 곡(화가)도 있다. 대부분 이별에 대한 내용이라 이별한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듣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이번 솔로 앨범에선 작곡을 안하고 작사에 중점을 두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아서 모든 노래의 작곡에도 참여하게 됐다. 

-장혜진과 함께 부른 새 앨범 타이틀곡 ‘나와 너’를 소개해 달라

이별 이야기다.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별을 앞두고 있는 상태의 초조함, 불안함을 담았다. 스토리를 어렵지 않게 풀어가려고 했다. 나는 가사를 현실적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국어 어휘력이 부족해 어려운 단어를 쓸 수 없지만 쉽게 써서 팬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C9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