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솔제니친'北작가 반디 첫 시집 출간 시선집중…북한 현실 냉정한 묘사 해외서도 호응

[뉴스초점]

 누런 원고지에 연필로 쓴 詩 50편 '지옥'상 폭로
美 등 20개국 18개 언어 번역…내달 한글 개정판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북한 현역 작가로 알려진 '반디'의 첫 시집이 이르면 3월 말 출간된다. 반디는 '반딧불이처럼 북한의 어둠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담긴 필명(筆名)으로 탈북자 등을 통해 밀반출한 단편 7편을 묶은 소설집 '고발'이 2014년 한국에서 출간되면서 국내외로부터 '북한의 솔제니친'으로 집중 조명된 바 있다. 반디의 시가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모두 50편으로 북한 내 궁핍과 그로 인한 인간 존엄성 파괴, 봉건제적 폐단 등을 꼬집는다. 반디가 직접 손으로 쓴 시집의 원제는 '지옥에서 부른 노래'. 시들은 질 낮은 누런 원고지에 연필로 쓰였다. 원고를 2013년 처음 입수한 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는 "탈북하다 중국 변방대에 붙잡힌 한 여성으로부터 반디 작가의 존재를 전해 듣고 중국의 지인을 통해 원고를 받았다"며 "북한에선 제대로 된 펜과 종이를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디는 1950년대생으로 현재 평양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신원은 파악되지 않는다. 통일부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 반면 국제PEN망명북한작가센터 관계자들은 "북한을 그리는 솜씨가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이라며 "A급 북한 작가의 작품이 틀림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의 시 '오적타령'은 '이 도적놈 저 도적놈 그 중에도 왕도적은/ 배뚱뚱이 김 부자놈 천하제일 명적이라/ 온 나라의 공장 농촌 한엉치에 깔고 앉아/ 백주에도 뚝뚝 뜯어 제 맘대로 탕진한다'고 직격탄을 날린다.

 최근 반디의 작품은 해외에서 더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해외 판권을 담당하는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고발'은 프랑스·일본·포르투갈·미국 등 20개국 18개 언어로 번역됐다"며 "북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호기심보다 작품이 지닌 문학성에 더 주목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맨 부커상을 받은 데버러 스미스(29)가 '고발'을 번역해 영국 작가 단체 '펜(PEN)'이 주는 번역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번역판 발문을 쓴 피에르 리굴로 사회역사연구소장은 "반디의 글은 저항의 신호이며 전 세계를 향한 부르짖음"이라 평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짧은 북한 이야기가 국제적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이 도적놈 저 도적놈 그중에도 왕도적은
 배뚱뚱이 김 부자놈 천하제일 명적이라
 온 나라의 공장 농촌 한엉치에 깔고 앉아
 백주에도 뚝뚝 뜯어 제 맘대로 탕진한다"

                                      -반디의 '오적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