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고소영 흐림, 엄정화 맑음.’ 

안방극장에 화려하게 귀환한 40대 여배우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BS 수목극 ‘사임당-빛의 일기’의 이영애(46), KBS2 월화극 ‘완벽한 아내’의 고소영(45), MBC 주말극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엄정화(48)가 안방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1990년대에 데뷔해 청춘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올들어 잇달아 지상파 3사 드라마로 복귀하며 시청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40대 중·후반의 나이에도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기 힘든 ‘동안미모’는 여전했지만 이들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가장 먼저 안방극장을 두드린 한류스타 이영애는 무려 13년 만에 100% 사전제작한 200억원대 대작 ‘사임당’으로 복귀해 ‘제2의 대장금’ 열풍을 일으킬지 방송전부터 국내외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1·2회를 연속방송한 지난 1월26일 첫회 시청률 15.6%(닐슨코리아 기준)와 16.5%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4회부터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2 ‘김과장’에게 역전당해 시청률 9~10%를 오가고 있다.  

퓨전사극을 표방하며 극 초반 현대와 조선시대를 넘나드는 산만한 구성과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느슨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못미쳤다. 타이틀롤로 열연한 이영애의 단아한 미모는 눈길을 끌었지만 초반부터 극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가기엔 역부족이었고, 전작 ‘대장금’ 이후 새로울 게 없는 이영애표 사극연기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지 못했다. ‘사임당’ 측은 극의 재미와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5회부터 재편집해 방송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지만 물오른 코믹연기를 자유자재로 펼치며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남궁민의 ‘김과장’에게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30부작 중 12회까지 방송되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사극 분량이 주를 이루며 첫사랑이었던 이겸(송승헌 분)의 ‘그림자 사랑법’이 무르익고 악역 휘음당(오윤아 분)-민치형(최철호 분)과의 갈등구도가 자리잡으며 이야기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지난 주 첫방송한 ‘완벽한 아내’의 고소영은 2007년 SBS ‘푸른 물고기’, 영화 ‘언니가 간다’ 이후 결혼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10년 만에 안방에 돌아와 화제를 모았지만 흥행성적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같은 시간대 경쟁하는 SBS ‘피고인’과 MBC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 탄탄한 전개속에 지성-엄기준, 김상중-윤균상-이하늬 등의 열연으로 시청률 20%대와 10%대로 자리잡아 틈새를 공략하기는 녹록치 않아보인다. 그러나 그간 화려하고 세련된 패셔니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고소영이 아이와 남편만 알고 살다가 인생의 위기를 맞은 억척스럽고 용감한 주부 심재복을 자연스럽게 그려 배우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시청률 3.9%로 시작해 2회 4.9%, 지난 6일 방송한 3회에선 5.1%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6일 방송에선 남편 구정희(윤상현 분)의 불륜을 안 심재복이 이혼을 선언하고 체육관에서 복싱 글로브를 낀 채 남편에게 강펀치에 니킥까지 날리며 ‘응징’하다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하는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남편을 용서해주기로 해 이혼보다는 ‘현실’을 택해 공감을 샀다. 이날 ‘피고인’은 자체 최고인 23.7%, ‘역적’은 10.3%를 각각 기록했다. 

엄정화는 3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인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톱스타 유지나 역을 맡아 정극연기의 진수를 펼치며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해온 엄정화의 내공이 극중 캐릭터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지난 4일 12%로 시작해 2회에선 14.6%로 기분좋게 출발했다. 속도감있는 전개와 함께 유지나가 누구앞에서나 당당하고 솔직한 톱스타지만 꿈을 위해 어린 아들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 겉으론 화려해보이지만 소소한 행복에 질투하는, 알고보면 고독하고 쓸쓸한 모습까지 유지나의 다채로운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기해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자신의 모창가수 ‘유쥐나’로 활동하는 해당(구혜선 분)과 그녀의 남자친구 성택(재희 분)과 낚시여행을 떠났다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주는 성택에게 끌려 해당에게 성택과 헤어지라고 요구해 다음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결혼과 육아 등으로 오랜만에 작품에 출연하는 여배우들은 공백기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과거와 비슷한 이미지로 승부한다면 식상해 보일 수 있지만, 세월의 변화에 맞춰 삶의 경험이 녹아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와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jcho@sportsseoul.com 
SBS 수목극 ‘사임당,빛의 일기’.사진|그룹에이트·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