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숨은 공신' 김정숙 여사…애정·충고의'단짠단짠'내조
전국 구석구석 다니며 바닥 민심 훑어, '풍찬노숙'마다 안 해
박근혜 정부 4년간 빈자리였던 영부인 역할에 국민관심 쏠려


 "내 아내는 '단짠단짠(단것을 먹으면 짠 음식을 먹고 싶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 김정숙 여사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문 당선인은 "제가 힘들어 보이면 와인 한잔 하자고 하다가도, 호남지역 어르신 말씀을 전하고 그럴 땐 잔소리도 많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정도로 넘치는 애정을 쏟으면서도 남편에게 약이 되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1등 조력자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성악과 출신…소개팅 첫 만남

 1954년 11월 15일 생(生)으로 문 대통령과는 1살 차이인 김 씨는 숙명여자중학교와 숙명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음악 재원.

 그가 문 대통령과 만난 것도 대학 때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법대 선배가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을 닮은 친구가 있다며 소개팅을 권한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는 당시 문 대통령의 성의 없어 보이는 첫 만남의 차림새에 마음이 상했고, 그 길로 두 사람은 캠퍼스에서 만나면 그냥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에 머물렀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계기는 이듬해 학내에서 열린 유신반대 시위 현장이었다.

 최루탄에 그대로 기절해버린 문 대통령을 발견한 김 여사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면서 본격적으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명랑한 성격, 남편의 '보완제'

 김 여사는 유신 독재 반대로 문 대통령이 수감되고, 강제징집돼 특전사에 배치될 때, 고시공부를 할 때도 그의 곁을 지키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그 뒤 음악가를 꿈꾸던 김 여사는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문 대통령과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법시험 합격 후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김 씨도 활동하던 서울시립합창단을 그만두고 내조에 전념한다.

 다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문 대통령에게 김 씨의 밝고 명랑한 성격은 '보완재'의 역할을 한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문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주류-비주류 의원들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내홍에 휩싸였을 때 김씨가 최고위원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샴페인 선물에 손편지까지 써서 건네면서 내조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특유의 붙임성이 빛을 발했다. '풍찬노숙'을 마다치 않으면서 문 대통령의 1등 조력자가 됐다.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한 '반문(反文) 정서'가 퍼져있던 호남지역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꼭 방문해 바닥 민심을 열심히 훑어 '호남특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적극적 영부인 될 듯

 지난해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1박2일로 광주 등 호남지역을 방문했고, 갈 때마다 호텔 대신 허달재 의재미술관장이 운영하는 '춘설헌'에서 묵으며 지역 유권자들을 만났다.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서는 활동반경을 더욱 넓혀 호남뿐 아니라 충청도, 경상도 등지까지 다니며 문 대통령의 발길이 미처 닿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에서 한 표를 호소했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남편은 이미 정치인이 됐고, 국민이 책임을 줬다"면서 "이젠 남편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9일 아침에도 투표를 한 뒤 남편과 함께 뒷산에 오르며 조용히 옆을 지켰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빈자리였던 대통령 영부인 역할을 김 씨. 선거 활동 외에도 그간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대통령 부인'으로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자녀는
두 사람 사이에는 1남 1녀가 있다. 문 대통령은 아들에겐 엄하지만 딸에게는 무척 자상하다고 한다. 문 대통령 측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서 집에서는 말수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아들 준용(35)씨는 건국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해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준용씨는 지난 대선에선 문 대통령의 출마 선언식에 참석하는 등 아버지를 돕는 데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과정에서 '특혜 취업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고, 선거 기간 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준용씨는 2014년 2월 결혼했다. 딸 다혜(34)씨는 2010년 아들을 출산한 뒤 회사를 그만뒀고 현재는 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