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도 흔들…내각 조기구성·與 국정동력 차질 우려 커져 
보수야당, 김이수 김상조도 부적격 낙인…청문정국 시계제로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5당제 하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키로 결정,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이 지난달 31일 가까스로 처리됐지만, 이번에는 강 후보자 인사암초가 현실화되면서다. 이날은 새 정부가 출범한지 30일째 되는 날이다.

여소야대 지형상 국민의당이 반대하면 정족수 미달로 국회 외교통일위의 보고서 채택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등 문재인정부 1기 내각 구성 지연에 따른 여권의 국정운영 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지지기반인 호남을 의식해 이 총리 인준에 협조했던 국민의당이 이번에는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각인, 다당제 하에서 같은 뿌리를 둔 두 정당간 '허니문'이 한달만에 본격 금이 가는 등 협치에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강 후보자에 대해 "경과보고서 채택에 응할 수 없는 입장으로 정리했다"고 최명길 원내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보고서 채택에 응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는 일부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 등을 전제로 '조건부 채택'을 결정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틀째인 이날 청문회까지 지켜본 뒤 보고서 채택과 표결 참여 여부를 결론짓기로 했다.

현재 외통위의 정당간 분포는 총 22명 가운데 민주당 10명, 자유한국당 8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2명으로,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일찌감치 '부적격'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민의당의 채택 거부로 민주당 단독으로는 과반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수 있고, 이 기간에도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후보자를 공식 임명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이 경우 협치 체제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어 여권으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이 강 후보자를 정조준, 채택 불가론을 공식화한 데는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보수야당 사이에서 정체성을 놓고 처했던 딜레마에서 벗어나 캐스팅보트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 입장에서 다른 야당이 '오락가락'이라고 하거나 심지어 '(여당의) 2중대'라고 하는 등 모욕적 언사를 쓰는 데 대해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격분의 감정을 표했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한 뒤 "이는 적대적 공존에 익숙한 양당체제에 매몰된 정치인들의 몰지각 발언이다. 국민의당은 이분법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만 보고 미래를 위해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 후보자 등 3인에 대한 청문회와 관련, "그만하면 합격선에 들었다", "결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한 '묻지마 낙마'는 발목잡기로 여겨질 수 있다"며 대승적 협조를 구했지만, 국민의당이 강 후보자에 대한 '비토' 카드를 꺼내들자 당혹감 속에 비상이 걸렸다.

1기 내각의 검증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지 못하면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편, 개혁입법 드라이브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당의 무리한 청문회 진행에 대해 심히 유감스러움을 다시 밝힌다. 강 후보자의 외교적 역량과 전문성이 드러난 청문회였음을 다시 한번 상기해달라"며 "야당은 협치 정신을 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야당은 강 후보자 뿐 아니라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부적격' 낙인을 내린 상태여서 인사청문 정국은 그야말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은 김이수 강경화 김상조 후보자를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 강 후보자에 이어 김이수 김상조 후보자 역시 사퇴가 필요하다며 국민의당 역시 동조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여당의 2중대 역할을 빨리 끝내고, 여당과 야당을 넘나드는 모호성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를 향해서도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을 두고 국민의당과 '쇼(show)통'하는 것은 대단히 불통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제1야당과의 불통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운영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강 후보자뿐만 아니라 김이수 김상조 후보자 역시 부적격하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