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탓, 영광 월평마을 간척농지 85% 올해 농사 못 해

(영광=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이런 땅에서 어떻게 벼를 키우겠습니까. 올해 농사는 접었습니다."

금이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는 하얀 소금꽃이 피었고, 모가 말라죽은 자리에서는 무성한 잡초만 솟아났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 강종의(56) 이장은 22일 소금밭으로 변한 논에서 잡초 한 포기를 뽑아서 내던지며 푸념을 내뱉었다.

바다를 접한 월평마을에는 간척지를 농경지로 일군 들녘이 105㏊ 남짓 펼쳐져 있다.

자동차를 타고 죽방길을 따라 달려보니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 파종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대파밭, 누렇게 모가 말라죽은 논, 모내기조차 하지 못한 땅만 시야에 들어왔다.

25개 농가의 생계가 달린 들녘은 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에 논, 밭을 가리지 않고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강 이장은 농경지 85% 정도인 90㏊가 가뭄에 말라버렸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농경지 일부에서는 올해 두 번째 모내기가 이뤄졌지만 머지않아 모두 다른 논처럼 될 거라고 강 이장은 덧붙였다.

모를 기르는 데 필요한 물이 충분치 않은 데다 그마저도 이미 소금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강 이장은 "25년간 농군으로 살아가며 농사를 포기하기는 처음"이라며 "먹고 살 길이 갑갑하다"고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그는 만약에 대비해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면서 재이앙 재직파보장, 경작불능보장 항목도 담보 조항으로 넣었다.

하지만 가뭄에 모내기를 못 하거나, 두 번 모내기한 작물마저 말라죽는 경우 이들 항목이 보장하는 보험금은 각각 가입금액의 10%와 20%뿐이다.

강 이장은 "빚 갚기조차 빠듯한 형편에 농사를 포기하는 집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재해 지역으로 선포돼 최소한의 생계 보장마저 안 된다면 모두 굶어 죽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전남도는 이달 말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도내 농경지 2천㏊ 이상에서 벼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부닥칠 것으로 예측했다.

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