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지난 2012년 미국 뉴욕의 지하철 플랫폼에서 한인을 떼밀어 숨지게 한 아프리카 출신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은 17일(현지시간) 맨해튼에 있는 뉴욕주 대법원이 '고의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나임 데이비스(3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드와이어 판사는 지난 3주간 30여 명의 증인을 출석시킨 가운데 심리를 진행하고 나흘간의 숙의 기간을 거친 끝에 이날 데이비스의 무죄를 선고했으며, 데이비스는 법정을 나서면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 난민이었던 데이비스는 2012년 12월3일 맨해튼 49번가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달려오는 열차 앞으로 한인 남성 한기석(당시 58세)씨를 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사건은 한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한씨의 사망 직전 모습을 촬영해 일간 뉴욕포스트 전면에 선정적으로 실으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체포될 당시부터 한씨가 만취 상태로 먼저 욕설을 하는 등 자신을 위협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를 밀친 것이며 고의적으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에 제출된 증거 자료 중에는 데이비스가 두 명의 검사에게 자신은 한씨를 정당방위 차원에서 밀쳤다고 진술하는 내용이 담긴 1시간45분 분량의 영상도 포함됐다.

영상 등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당시 한씨와 지하철 회전문 근처에서 부딪힌 뒤 한씨가 자신을 뒤에서 따라오면서 욕설을 하고 어깨를 잡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는 또 자신이 한씨에게 지하철 승강장 다른 쪽으로 가라고 소리쳤으나 한씨가 위협을 계속하고 자신의 어깨를 잡자 한씨를 떼어내기 위해 밀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들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한씨가 데이비스를 손으로 붙잡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찰스 위트 검사는 데이비스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해도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을 여지는 있었다면서 한씨를 지하철 선로 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밀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한씨가 들어오는 지하철에 치인 상황을 목격하고도 커피와 헤드폰, 재킷 등 자신의 물품을 챙겨 그대로 현장을 떠나는 등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 측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레천 파일 배심원장은 NYT에 "증거가 부족했다고 본다"며 "배심원단 구성원 대부분도 숙의를 시작할 때부터 검찰 측이 피고인의 행동에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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