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60년만에 최악 가뭄, 바티칸 분수 100곳 사상 첫 가동 중단…관관산업도 타격

[해외토픽]

지구온난화 직격탄, 로마는 주말부터 물 공급 제한

 이탈리아에 닥친 가뭄으로 로마 바티칸의 분수대 가동이 중단됐다. 교황청 공식 매체인 바티칸방송은 24일 "교황청이 성 베드로 광장을 포함해 바티칸의 분수대 100여 곳의 가동을 일제히 중단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은 환경에 대한 프란치스코(사진)교황의 교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2015년 발표한 회칙(回勅)에서 "물은 사람의 생명과 생태계에 필수적이므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바티칸 내 모든 분수대에 물이 끊긴 것은 처음이다.

 로마를 비롯해 이탈리아 중·남부 지방은 지난달부터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중부 로마는 올 상반기 비가 내린 날은 26일로 전년 같은 기간 88일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로마 시민 세 집 걸러 한 집은 현재 하루 8시간 동안 급수가 제한될 상황에 처했다. 남유럽의 이례적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가뭄에 대비, 로마시가 제한 급수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300만 명에 달하는 로마 시민 중 3분의 1가량인 100만 명 남짓이 제한 급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이미 지난달 말 공공음수대를 비롯해 분수대 수도꼭지를 잠갔다. 로마에선 도시 곳곳의 공공음수대에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물을 마시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었다. 특히 원통형에 기다란 수도꼭지가 달린 공공음수대는 '빅 노우즈(big noses)'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로마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1874년부터 로마에 등장한 공공음수대는 역사적으로도 오래 됐다. 당시 도심을 깨끗하게 하고, 길거리에서 채소·과일·생선 등을 파는 상인들을 위한 시설로 설치되기 시작됐다. 현재 로마에 약 2800여 개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공음수대에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짜 물을 마시지 못하면서 물을 사먹어야 되고, 음료 값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로마의 게스트하우스 주인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호텔·민박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한밤 중에 예고 없이 단수가 돼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며 "물이 언제 끊길지 몰라 관광객을 받아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올해 이상 폭염·가뭄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꼽힌다. 세계기상협회는 지난달 "지구온난화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이 폭염과 가뭄에 시달릴 가능성을 10배 가량 높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