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버지니아주 백인우월주의 폭력시위'비상사태'선포…3명 사망 수십명 부상
 트럼프 취임후 불어닥친 '美 다양성의 위기', 뿌리 깊은 인종 갈등에 휘발류
 백인우월주의자들 "우리가 나라를 다시 되찾을 것…트럼프는 약속을 지켜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2일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가 벌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사회에 불어 닥친 '다양성의 위기'가 뿌리 깊은 인종 갈등에 불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수도 워싱턴DC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이번 유혈사태를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 현지 언론들은 '버지니아의 테러'로 규정했다. '백인들만의 미국'을 기치로 내건 시위가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얼룩지면서 테리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애초 폭력시위는 전날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샬러츠빌 시의회가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에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리 장군의 기념물은 백인우월주의자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동상이 서 있던 샬러츠빌 이멘서페이션 공원에 모여든 백인우월주의자는 6000명을 넘어섰고 시위대는 '우파 통합 집회'를 개최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남부연합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 중에는 네오나치(신나치주의자)를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 깃발을 흔들거나 극단주의 백인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휘장을 두른 이들도 있었다.

 아예 폭동 장비로 무장한 일부 참가자들은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다양성은 집단 사기"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 분위기를 과격하게 몰아갔다. 이에 반인종주의 시위대도 현장에 모여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한다" "나치도 KKK도 파시스트도 미국에는 없다”"등을 연호하며 맞불을 놨다.

 극우파 시위대가 반대 진영 참가자들을 폭행하며 충돌이 빚어졌고 경찰이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차량 한 대가 반인종주의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주변을 지나던 30대 여성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백인 남성 제임스 알렉스 필즈 2세(20)는 차로 사람들을 들이받은 이후에도 후진하며 행인들을 추가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KKK가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상황에서 KKK 대표를 지낸 극우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듀크는 "우리는 나라를 되찾기로 결심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이행하라"며 갈등을 부추겼다.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가 격화되자 트위터를 통해 "여러 편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을 규탄한다"면서 "분열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국한하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