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후임 선출 위한 기초의원 선거 시작…내년 2월 권력 승계 완료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인 개혁파 디아스카넬이 유력 의장 후보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당수직 유지, 막후 '상왕 정치'가능성도


60년 가까이 쿠바를 통치한 카스트로 형제의 정권 이양 절차가 4일 시작됐다.

 외신은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첫 절차인 기초자치단체 대의원 선거가 이날 시작됐다"면서 "내년 2월이면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작년 6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 말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카스트로 형제 시대'의 종언을 예고했다. 그의 형 피델 카스트로(1926~2016)는 1959년 사회주의혁명을 일으켜 풀헨시오 바티스타 친미(親美) 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 정권을 세운 뒤 49년간 집권하다 2008년 동생에게 권력을 물려줬다.

 쿠바 관영지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기초자치단체 대의원 선거는 앞으로 한 달간 전국 1만2500여곳에서 진행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는 반(反)정부 인사 170여명이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위별 선거마다 카스트로 정권이 지휘하는 입후보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반정부 인사는 출마 자체가 힘들다.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현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인 미겔 디아스카넬(57)이 떠오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디아스카넬은 그동안 카스트로 형제의 그늘에 가려져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작년 피델 카스트로 사망 이후 차기 리더감으로 미국 등 서방 언론에 거론되고 있다. 미국 휴대전화 블랙베리나 아이폰을 애용하고 인터넷 사용이나 반체제 언론 보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혁·개방, 실용주의파로 분류된다.

 카스트로 형제 시대가 저물면서 쿠바의 개혁·개방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아스카넬이 카스트로와 달리 혁명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여서 이전 정권에 더욱 과감한 개혁 정책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 개방 노선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50여년 만에 국교를 재개한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치를 뒤엎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편 라울 카스트로는 내년 2월 의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공산당 당수직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공식적으로 의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막후에서 신임 의장을 통해 국정 운영을 지휘하며 '헤페 막시모(Jefe Maximo·최고 지도자)'로 남아 상왕 노릇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라울 본인도 2008년 그의 형 피델에게 의장직을 물려받았지만 한동안 피델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