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추가 붕괴 두려움 퍼져…"슬픔 때문에 우는지 충격 때문에 우는지 몰라"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지진으로 가족과 이웃을 잃은 멕시코 주민들이 여진의 공포 속에 노숙을 하며 힘겹게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AFP·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멕시코 남부를 강타한 규모 8.1의 강진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오악사카 주(州) 후치탄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90명의 지진 사망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7만5천명 인구의 이곳에서 나왔다.

도시 주민들은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 공터나 축구장 등 주로 야외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지진으로 전체 가옥의 3분의 1이 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탓도 크지만,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진으로 아직 서 있는 건물들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더욱 크다.

지방 당국은 7일 강진 이후에만 벌써 800회 가까이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 4.5 이상의 강한 여진만 60회에 육박한다. 이날 아침에도 5.2 규모의 여진으로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주민 델리아 크루스는 AP에 무너진 이웃집을 가리키면서 이 집에 사는 자매가 모친 치료차 병원에 간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전한 뒤 "만약 여기에 있었다면 살아서 발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몸서리쳤다.

정원에서 가족과 함께 노숙한 후아나 루이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해먹을 걸어놓고 비를 맞으며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슬프다. 우리 물건은 집 안에 파묻혀 있다"고 한탄했다.

특히 지진으로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전하며 "아이가 과자를 사달라고 하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루이스 가족은 지방 정부에서 나눠주는 콩과 쌀 등으로 연명하는 중이다.

종합병원과 다수의 약국이 파괴되면서 300명이 넘는 부상자 치료에도 애를 먹는 상황이다.

병원 측은 학교 체육관에 임시 진료소를 차렸고, 특수 치료설비가 필요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급히 옮겼다고 전했다.

일요일인 이날은 지진 사망자 장례식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친구의 시신을 실은 관을 따라가며 눈물을 흘리던 주민 레푸히오 포르탈레스는 AFP에 "내가 우는 게 슬픔 때문인지,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성당 앞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해 위로를 찾기도 했다. 건물 붕괴에 대한 공포로 미사도 야외에서 열렸다고 한다.

토착 사포텍족이 주로 사는 후치탄 시(市)는 유서 깊은 시청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등 곳곳이 붕괴된 흔적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덤프트럭과 삽과 망치로 무장한 군·경이 거리 곳곳을 누비며 잔해물을 치우고 있지만, 동쪽으로 30분 떨어진 우니온이달고 시(市)에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도착하지 않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후치탄에서는 무너진 건물 아래에 갇혀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나 추가 사망자를 찾기 위한 구조와 수색 노력도 한창이다.

군부대와 민방위대가 구조 작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1985년 멕시코 대지진 때 유명 국제구호단체 '로스 토포스'도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베라크루스 주에서 온 '로스 토포스' 멤버 빅토르 루이스는 "현재 9명의 멤버에서 30명이 추가로 올 예정"이라면서 "주민들에게 의료와 심리적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잔해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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