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재소장 110일 만에 부결…新권력의 국회 힘겨루기 선언
정권 교체후 기세 탄 대통령 권력, 여소야대 의회 권력과 정면충돌
靑 "다수의 횡포" 정면돌파 의지, 野 "마음대로 국정 운영한 결과"

 대통령 권력과 여소야대(與小野大) 의회 권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초반에 충돌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11일 국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신(新)권력으로서 기세를 탄 청와대와 야당이 다수인 국회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의미가 있다. 야당에서는 특히 이번 표결을 통해 '1여(與) 3야(野·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에서 '신(新) 야권연대' 가능성과 함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힘'이 증명된 것으로 해석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번 일을 '다수의 횡포'로 규정하면서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생각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무책임한 다수의 횡포이자 심해도 너무 심한 횡포"라며 "국회가 캐스팅 보트의 정략 경연장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캐스팅 보트'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전 수석은 "우리 가는 길이 험난해도 우리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헌재소장 부결은 적폐 연대"라며 "명백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고 정권 교체에 대한 불복의 의도"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들에선 "이날 부결 사태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120석에 불과한 여소야대의 한계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한 결과"라고 했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 전원과 우군인 정의당·무소속 의원들(8명)을 총동원하더라도 다른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채 야당과의 협의 없이 사법부를 비롯한 각종 인사를 밀어붙였다. 이에 야당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촛불의 대의를 마치 자신들만 가진 듯이 거들먹댔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일방통행 속에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정당별 노선 차이를 부각시키기보다는 '3야(野)라는 교집합을 통해 '신야권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는 한국당의 강경 야당 노선과 달리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오히려 민주당과 느슨히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계기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결속력이 최근 강해졌다. 한국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및 친박 청산론이 제기되면서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분열됐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구심력도 커지고 있다. 거기에 '민주당 2중대' 논란이 제기됐던 국민의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추경 예산안 때와는 달리 '반(反)민주당'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정권 출범 후 유지됐던 정권과 야당들의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으로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 생존의 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가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안 대표는 이날 인준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자유투표로 방침을 정했으나 안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사법부 독립의 적임자인지를 기준으로서 또한 소장으로서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