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7대경관 활용 조례 입법예고 vs 시민단체 "브랜드 반납" 촉구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대가인 수백억원에 이르는 행정전화 요금을 7년 만에 완납한다.

제주도는 스위스의 뉴세븐원더스(New Seven Wonders) 재단이 주관한 이벤트인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 투입된 행정기관의 마지막 전화요금 1억590만원을 오는 25일 납부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2010∼2011년 인터넷과 전화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의 공무원들이 행정전화로 투표하면서 사용한 전화요금 211억86만원의 마지막 잔금이다.

전화요금은 애초 1통당 1천200원이었다가 전국적으로 투표 열기가 확산하자 KT가 2011년 1월부터 100원으로 내렸다. KT는 또 전체 행정전화요금 중 41억6천만원을 감면해줬다.

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2011년에 104억2천700만원을 먼저 납부하고 나서 매년 10억원 이상의 요금을 납부해왔다. 실제로 도가 납부한 행정전화요금은 170억2천600만원에 이른다.

투표가 행해질 당시 공무원들이 너도나도 종일 전화기를 붙잡고 투표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점심 먹으러 가기 전 전화를 돌려 투표하고,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또 전화를 돌렸다. 출근하면 곧바로 전화기를 붙잡았고, 퇴근하기 전에도 꼭 전화를 돌렸다. 도가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자 부서별로 전화통화 횟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투표에 참여했고, 김황식 국무총리도 정부 차원의 참여와 지원을 강조하는 등 전국적으로 투표 바람이 일었다.

결국, 2011년 11월 11일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다. 도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에 이은 세계적인 쾌거라고 자평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브랜드는 원래 목적대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에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도지사가 바뀌어서인지 7대 자연경관을 활용한 사업은 거의 없다. 다른 세계 7대 경관 선정 지역들과 교류사업을 추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간에서는 당시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주도한 김부일 전 제주도 환경부지사 등이 참여하는 사단법인 세계7대자연경관제주보전사업회가 결성돼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이벤트를 주관한 뉴세븐원더스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세븐원더스는 비용이 들지 않는 인터넷 투표는 한 사람이 한 번으로 제한하고, 전화투표는 무제한으로 중복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도가 공신력 없는 외국 단체의 상업적 전략에 놀아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지난 15일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김희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2동을)이 발의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활용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은 매해 11월 11일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기념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자 제주참여환경연대는 5일 만인 이날 성명을 내고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많은 사항의 문제점이 세계 7대 자연경관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세계 7대 자연경관의 브랜드 가치를 말하며 이를 활용하는 조례를 제정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례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브랜드가 오히려 제주의 가치를 낮추고 있지 않은지 판단하고, 만약 그렇다면 세계 7대 자연경관 브랜드를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세계 7대 자연경관 브랜드의 신뢰성에 가장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뉴세븐원더스재단은 세계의 유적들을 관리 보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재단이라고 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캠페인을 통해 이익을 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재단이 진행한 프로젝트들을 보면 '필리핀의 최고 여배우 7인',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개 7마리', '세계에서 가장 화끈한 여자' 등 재단의 설립목적과는 거리가 먼 영리사업을 진행해왔다고 꼬집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중 후보지에 올랐던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국립공원과 몰디브는 거액의 돈을 요구한 뉴세븐원더스재단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후보를 자진 철회했다고 상기시켰다.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