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요즘 미국은 애국심 논쟁이 한창이다. 그 논쟁의 불을 지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앨라배마에서 공화당 루서 스트레인지 의원의 지지 유세를 하던 중 경찰의 소수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서지 않은 일부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들을 향해 "개자식들"(sons of bitches)이라고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이들의 퇴출을 요구했다. 

  '무릎꿇기'가 미국 국가에 대한 결례이고 이는 애국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요지다.

  그러자 오히려 다른 NFL 선수들까지 국가 연주 도중 '무릎 꿇기'행위에 상징적으로 가세하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거듭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나이키와 언더아머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와 NBA(미국프로농구)와 메이저리그는 물론 NFL 구단주, 일부 야당 의원까지 무릎 꿇기 행위를 일종의 '저항 운동'으로 해석하고 동참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시위 사태에 대해 인종 차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기에 대한 존중 문제라면서 항의하는 선수들은 퇴출돼야 한다는 강경 주장을 고수해 기름을 부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NFL 사무국에 국가 연주 중 '무릎 꿇기'행위를 규정으로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서 질문 하나. 국가 연주시 '무릎꿇기'가 과연 애국심이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정당한 것일까?

 문제는 애국심의 독선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미국 우선주의의 독선과 불통인데 나라사랑마저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애국심은 결코 특정인이나 집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애국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자기 것, 이것만이 애국"이라 외치는 독선적 애국심은 때로 아주 위험하다. 

 애국심은 실체가 없는 추상적 개념이다. 일종의 신념과 믿음인 셈이다. 한 나라를 뜻하는 국가처럼 말이다.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애국심이나 국가 그 자체가 아니지만 그의 정책을 통해서 국가와 애국심을 대표할 뿐이다. 대통령과 행정부 또는 정권은 바뀌지만 국가와 애국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무릎꿇기'는 애국심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애국심을 대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는 것이다.

 영국 문필가 새뮤얼 존슨은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도피처"라는 말을 했다.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논쟁을 자신의 정치적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애국심을 동원하는 것이라면 새뮤얼 존슨의 악담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일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