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싱크탱크· 퇴역 장성 등 강경파 "새로운 핵탄두 개발 용인해야"목소리 높여

[이슈진단]

트럼프 행정부, 신형 소형 핵폭탄 추가 개발 검토 중
연말 발간'핵태세 보고서'주목…반대 목소리도 여전


 핵무기 현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고요했던 네바다 사막 지하에서 핵 진동이 다시 울리게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벼랑 끝 핵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내 보수 성향 싱크탱크와 퇴역 장성 등 강경파들은 새로운 핵탄두 개발도 용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헤리티지재단의 미케일라 도지 선임 정책분석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을 두 번째로 쏘아올린 뒤인 7월 말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안보 환경이 냉전 때보다 복잡해졌다"며 "미 의회는 핵실험을 금지하는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후한 핵탄두들에 대한 생명 연장 조치를 거치면서 불확실성이 증가해 미국의 핵억제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먼로 전 국방부 핵무기국(현 국방위협감소국) 국장은 올 초 워싱턴타임스에 "가장 오래된 핵탄두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터뜨려 봐야 한다"며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신형 소형 핵폭탄을 추가 개발하는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새 탄두 효능 검증을 위한 핵실험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토퍼 포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6월 워싱턴 군축협회(ACA) 연례회의에서 "가까운 미래에 핵실험 중단 정책을 바꿀 의미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핵실험을 영원히 재개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모르겠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연말을 목표로 '핵 태세 검토(NPR)'보고서를 작성 중이어서 벌써부터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2년 NPR 보고서에서 "핵실험 없는 무기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영원히 가능하지는 않을 수 있다"며 핵실험 재개 및 신규 핵탄두 개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보고서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다시 봉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핵 역량을 엄청나게 강화해야 한다"고 적어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을 계승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핵실험 없이도 현존하는 핵무기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의 핵실험은 '국제적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핵실험
1945년 7월 '트리니티'를 시작으로 47년간 미국의 땅과 하늘에선 핵실험이 총 1054회 실시됐다. 미국의 마지막 핵실험은 25년 전인 1992년 9월에 실시된 '디바이더'였다. 이후 냉전 종식과 함께 미국에서는 핵실험이 금기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