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전문가 테러 생존법 행동 지침…"탈출로, 엄폐물 사전 파악 등 환경숙지 긴요"
라스베이거스 테러 모방 잇따를 것으로 예상…"군중 속 있을 때 늘 대응계획 염두에 둬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그 자리에 얼어붙지 말고, 즉각 표적 지역을 벗어나 엄폐물을 찾아라"

미국 국제안보 분석 전문업체 스트랫포의 테러리즘 전문가 스콧 스튜어트가 각종 테러 공격이 "서방 세계의 일상"이 된 현실에서 일반인들이 무고한 희생을 당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제시한 조언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행동 지침이다.

한국 입장에서 테러 공격은 아직 "저 멀리 건너편" 미국과 유럽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테러 공격 목표물이 군사시설 같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 관광 명소 등과 같이 일반 군중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다양화되는 추세에서 이 지침은 세계 모든 해외 여행객이 알아두면 좋을 일이다.

스튜어트는 라스베이거스 총격 참사의 사상자가 막대한 점 때문에 "높은 곳에서 아래의 군중을 향해 총격하는" 모방 테러 공격이 이어질 것으로 단언했다.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요인들 중 하나는 그 무엇보다도 이전 공격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처럼 음악축제 뿐 아니라 각종 시가행진 행사, 스포츠 행사, 집회, 시위, 기념식, 관광지는 물론 도시 출퇴근 군중이 형성되는 교통 중심지 등도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

테러 공격에 취약한 장소에 있을 때 테러 공격 시 탈출 확률을 높이려면 우선 탈출로와 엄폐물 파악 등 주변 환경을 숙지해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각심을 유지하다가 공격이 시작되면 그것을 재빨리 깨닫는 게 운명을 가를 수 있다.

스튜어트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을 인지하는 순간 즉각 표적 지역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늘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 참사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들을 보면, "위협을 깨달은 후 즉각 행동을 취한 사람들과 그냥 얼어붙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들에서 일부 사람은 몸을 숨길 곳을 찾아 뛰어가는 대신 그냥 제 자리에 서 있거나, 자신의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거나 심지어 한 사람은 마치 총격범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펄쩍펄쩍 뛰면서 팔을 흔들기도 했다고 스튜어트는 지적했다.

"널리 공유된 한 영상에선 한 남자가 총격범을 향해 외설적인 몸짓을 해 보이기도 했다"고 그는 설명하면서 "절대 이러지 말라"고 경고했다.

스튜어트는 지난달 21일 테러 공격 시 대처법에 관해 쓴 글에선 일반인이 테러범의 현장 정찰 등 공격 준비 활동을 알아채는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테러 공격이 임박했을 때는 그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며, 도검 테러범의 수상한 행동이나 차량 테러범 이상한 주차 방식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사소한 징후를 알아채는 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나 "상황 인식에 가장 치명적인 적은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 등과 같은 부인하는 심리"라고 스튜어트는 경고했다.

그는 여러 범죄 피해자들과 인터뷰해 보면 문제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눈 앞에서 보고 있는 일을 그럴 리 없다고 믿지 않는 바람에 대응하지 못했던" 경우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테러 공격 형태가 여러 전문 조직원이 군사시설이나 중요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계획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칼이나 차량, 조악한 폭발물로 군중을 향해 무차별 공격하는 '단순 공격'형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만큼, 이런 단순 테러가 언제든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즉각 대처하겠다는 마음 가짐을 갖는 게 `아닐 거야'하는 부인 심리의 작동을 막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군중 속에서 테러범이나 테러범이 모는 차량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더라도 군중이 움직이는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지난달 15일 런던 지하철 폭발 테러 때는 떼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짓밟혀 부상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스튜어트는 말했다.

군중 속에 있다가 몸이 떠밀리거나 하면서 압사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인파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군중 외곽을 향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또 첫 번째 테러 공격에 이어 2번째 공격이 가해지거나 첫 번째 공격이 사실은 2번째 공격의 표적지로 사람들을 몰아넣기 위한 것일 위험도 있는 만큼, 무작정 군중과 함께 뛰지 말고 2번째 공격이 없는지 주의깊게 살펴가면서 안전한 쪽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분명히 위험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역사상 어떤 문명도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려는 사람들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며 "그렇더라도 공포 속에 살 필요는 없으며, 우리에 대한 위협을 이해하고 적절한 마음 태세를 갖춤으로써 위협을 당해서도 다시 극복할 수 있게 된다"고 위로했다.

"빈틈없이 늘 유사시 대응 계획을 마음 속에 세워두고 있으면 테러 공격 와중에도 살아날 수 있다"고 그는 사전 마음 가짐을 강조했다.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