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동시에 전격 탈퇴 선언

[뉴스해설]

역사 유산 관련한 팔레스타인 우호 정서에 반발
유네스코 "깊은 유감" 불구 레임덕 상황에 끙끙


 미국이 결국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를 탈퇴했다. 이어 이스라엘도 탈퇴 의사를 밝혔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탈퇴 결정을 유네스코에 공식 전달했다면서 파리 유네스코 본부의 미국 대표부를 2018년 12월31일부터 옵서버(참관국) 대표부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1년 유네스코가 유엔 기구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이에 반발해 8000만달러의 지원금을 중단했다. 그 전까지 미국은 유네스코 예산의 22%를 부담했었다. 미국은 당시에도 탈퇴하겠다고 유네스코를 압박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탈퇴를 선언한 유네스코(UNESCO)는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에 따라 유엔과 동시에 설립된 유엔의 교육·문화 부문 산하 기구다. 그러나 인류 평화 증진과 보편가치 제고라는 목표와 달리 유네스코는 최근 몇 년간 각국이 상반된 역사 해석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며 반목을 거듭해온 외교의 '전쟁터'였다. 

 갈등의 축으로 부상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은 총 1천73개가 등재돼있다. 자연유산에 관해서는 국가 간 이견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문화유산에서는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치기 일쑤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유산이 인류 전반에 통용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각국이 경험한 역사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보편가치에 대한 해석은 첨예하게 엇갈리곤 한다. 위안부 기록물을 두고 벌이는 한국, 중국, 일본의 막후 외교전도 마찬가지다.

 유네스코는 최근 몇 년간은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목으로 시끄러웠다. 미국은 탈퇴선언에서 여러 가지를 들긴 했지만, 유네스코가 역사 유산과 관련된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는 작년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7월엔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함으로써 미국과 이스라엘 탈퇴의 명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당분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탈퇴 문제에 대응할 여력도 없다. 불가리아 출신인 현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의 임기가 11월로 끝나기 때문에 사실상 '레임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네스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지난 1984년 미국 정부는 유네스코가 소련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정치적 편향성과 방만한 운영을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 10월에야 재가입했다. 하지만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에서 연간 8천만 달러 이상을 삭감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