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지난 아기·노부부·아들·며느리 등 3대 가족 한꺼번에 희생
아이들 지키려다 숨진 엄마…두 딸도 결국 사망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 가운데 일가족 8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 전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인구가 300여명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에서 대를 이어가며 사는 조 홀콤브(86) 가족은 이번 총기 난사로 아들과 며느리, 손주 등 자손 8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홀콤브 부부의 아들이자 총격이 일어난 교회의 합동 목사였던 브라이언과 브라이언의 아내 칼라, 이들 부부의 아들 마크 대니얼(36)과 이제 겨우 돌이 지난 마크 대니얼의 딸 노아가 현장에서 숨졌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라이언과 칼라의 다른 아들 존은 목숨을 건졌으나 얼마 전 존과 재혼한 아내 크리스털(36), 크리스털이 데려온 세 자녀 에밀리, 메건, 그레그가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털은 최근 임신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일가족을 잃은 조 홀콤브는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어느 곳으로 갔을지 안다. 우리 가족은 모두 기독교인이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천국에서) 만날 것"이라며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 가족을 아는 이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기기술자인 마크 대니얼이 15년간 몸담은 회사 F&W 일렉트리컬의 동료들은 그가 이곳에서 해결 못하는 문제가 없어 '맥가이버'로 통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지인은 마크 대니얼 부부가 아이를 갖기 위해 오래 노력했다며 이렇게 힘들게 얻은 딸 노아까지 세상을 떠났다는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존과 크리스털 부부를 아는 한 동네 주민은 "크리스털이 (재혼 후) 삶을 새롭게 시작하려 했다"며 "너무 끔찍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홀콤브네 집 대문은 항상 열려있을 정도로" 이웃들과 가깝게 지냈다며 그런 가족에게 비극이 닥친 데 안타까워했다.

홀콤브 가족의 비극적인 사연이 전해지자 미 전역에선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20시간만에 15만달러가 모금됐다.

홀콤브네 손자 손녀를 비롯해 이번 총기 난사 사망자 중 절반은 어린이로 확인됐다.

ABC·NBC뉴스 등에 따르면 조 태킷 윌슨 카운티 보안관은 사망자 26명 중 절반인 12~14명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숨진 아이 중에는 이 교회 목사 프랭크 포메로이의 14세 딸도 있었다.

포메로이 목사 부부는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출타 중이어서 총격을 피했지만 딸 애너벨라가 현장에서 숨졌다.

포메로이 목사의 아내 셰리는 이날 언론에 성명을 내고 딸이 친한 교회 가족들과 함께 있다가 숨졌다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밝혔다.

셰리는 "우리 교회는 신도들만 다니는 게 아니다. 모두 가족처럼 같이 울고 웃으며 기도하던 사람들"이라며 "딸아이가 살아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앤 워드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총격 속에서 끝까지 자녀들을 보호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드의 친구 본드 그릭 스미스는 페이스북에 "총격범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다더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절절했던 모정을 전했다.

그러나 워드가 그렇게나 지키려고 했던 두 딸 에밀리(7)와 브룩(5)은 숨졌으며 아들 라이런드(5)도 4곳에 총상을 입고 수술받았다.

워드의 여동생 켈리는 "언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최고의 엄마였으며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아는 훌륭한 사람이었다"면서 "이렇게 빨리 떠나버려 가족 모두 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간호사의 꿈을 키우던 16세 소녀 헤일리 크루거, 고등학교 때 만나 결혼한 뒤 평생을 함께한 로버트 코리건(55) 부부 등도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다.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