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시간의 기적같은 얼굴 이식 수술 성공, 16개월만에 '기증자-수혜자'로 감격적인 '눈물의 상봉'

[월·요·화·제]

총격 자살시도 얼굴 함몰'암흑 세월'10년만에 새 삶
"생면부지 인연이지만 죽은 남편도 자랑스러워 할 것"


세상을 떠난 남편의 얼굴을 눈앞에서 다시 보게 된 아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지난 10월27일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마요 클리닉. 릴리 로스는 너무나 눈에 익은 얼굴이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한 남자의 얼굴을 마주했다. 자신의 남편이었던 칼렌'루디'로스의 얼굴을 이식받은 앤디 샌드니스(32)를 이식 수술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격적인 만남을 가진 것이다.

▶남편도 자살로 목숨잃어

그들의 스토리는 이렇다.

샌드니스는 2006년 크리스마스날, 극심한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얼굴에 총을 쏘는 자살 시도를 했지만 목숨을 건졌다.

샌드니스는 자살시도의 대가로 끔찍한 통증과 흉터를 얻었다. 얼굴의 절반 가까이가 무너져 내렸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그는 '얼굴없는 사람'으로 지내야 했다. 그는 어리석었던 자신의 선택에 반성하며 2012년, 마요클리닉에 '얼글이식 프로그램'신청서를 제출했고, 4년 후인 2016년, 그에게 맞는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증자는 임신한 아내와 평범한 삶을 살던 로스(21)였다. 당시 로스 역시 샌드니스와 마찬가지로 자살을 선택했고 회복이 불가능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의료진으로부터 살아나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은 캘런의 부인 릴리 로스는 남편의 얼굴과 장기 등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캘런의 신장과 폐 등이 이식수술을 기다리던 다른 환자들에게 전해졌고, 샌드니스는 이중 얼굴 이식을 받는 행운의 환자가 됐다.

수술은 무려 56시간이나 걸렸다. 얼굴의 피부와 골격 등을 이식하는 대수술이었고, 투입된 의료진만 60명에 달했다.

▶"기증이 헛되지 않도록…"

수술 결과, 샌드니스는 이전과는 달라진 외모를 갖게 됐음은 물론이고, 호흡과 후각 능력이 정상 수준까지 돌아왔으며, 이전에는 먹지 못했던 사과나 피자 등의 음식과 과일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사고 이후 망가진 얼굴 탓에 사회적 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했던 그가, 수술 이후 긍정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었다.

수술을 받고 새 얼굴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지 16개월 만인 지난 3일, 샌드니스는 자신에게 얼굴을 기증한 남성의 아내인 릴리와 첫 만남을 가졌다. 마요클리닉의 주선으로 만난 두 사람은 웃음과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릴리는 남편의 얼굴을 닮은 샌드니스의 얼굴을 어루만져보며 남편을 회상했다.

릴리는 "죽은 남편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 같아서 만남을 망설였으나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남편의 얼굴을 이식받아 거의 10년 만에 얼굴을 갖게 된 한 남자를 보게 돼 기쁘고 남편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샌드니스는 로스에게 "당신의 기증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