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한국의 초대형 교회 '명성교회'가 부자세습으로 한국 교회가 처한 부끄러운 민낯을 또 한번 드러냈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담임목사직을자신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넘겨준 것이다. 교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부자세습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사실 한국교회의 부자세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충현교회, 금란교회, 임마누엘교회, 왕성교회 등 대표적인 대형교회를 일군 목회자들이 아들에게 세습을 완료한 터라 명성교회의 이번 부자세습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후계구도가 이뤄진 교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1세대 목회자들은 카리스마형으로 신도들의 마음을 휘어잡아 교회의 양적 성장을 추구했다. 이에 비해 2세대는 관리형인게 특징이다. 말하자면 교회 성장보다 관리에 치중하겠다는 셈이다. 사실 신도수 많고 부유한 교회를 물려주는 건 부를 유지하기 위한 예측가능한 수순이다. 등록신도 수가 10만이고 연간 교회 예산이 1000억대라는 명성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갈수록 교세가 줄어드는 와중임을 감안해 볼 때,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은 현실적인 선택인지도 모른다.

김하나 목사의 경력은 화려하다. 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과 미국 프린스톤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미국 드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신학교 문을 두드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후계자 수업은 철저히 받았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번 부자세습에 대해서는 '특수한 상황'의 일이며 자신의 뜻보다는 '상황'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그는 담임목사로 있었던 새노래명성교회의 마지막 주일 예배에서 "만약 내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이렇게 엮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을텐데…미국에 가서 세탁소를 할까, 뭘 할까 생각하며 정말 마음이 아팠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일종의 부자세습에 대한 면죄부가 됐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교회의 미래는 있을까? 교회의 대형화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생각과 교회가 커야 하나님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성경적이라는 데서 교회의 미래를 찾아야 할 것 같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예수의 가르침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뜻일 게다.

'건강하고 작은 교회'로 교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실제 교회가 재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대목이다.

'돈과 하나님'을 양립할 수 없는 기독교의 본연의 정신을 이 땅에 실현하려는 건강하고 작은 교회가 많아진다면 명성교회와 같은 부자세습이 한국 교회와 세상에 주는 악영향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목회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어차피 교회의 부자세습은 아무리 못하게 막더라도 할 교회는 많다. 그들은 그대로 두자. 다만 이제 작고 건강한 교회에 대한 논의와 실천에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