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군사 쿠데타 발발, 37년 집권한 무가베 가택연금…軍 탱크 몰고 국영방송국 장악


41세 연하 부인에게 대통령직 물려주려다 위기
해외 도피 부통령 추종 군부 장성 군사행동 감행

과연 37년간 집권해온 93세의 독재자의 종말을 보게되는 것일까.

세계 최고령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통치하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15일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37년간 집권해온 무가베는 정권을 잃고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짐바브웨 군(軍)은 이날 새벽 수도 하라레에 있는 국영방송국 ZBC를 장악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군인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사회적·경제적으로 나라를 비탄에 빠뜨린 무가베 주변 인물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며 "무가베와 가족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의 안전은 보장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짐바브웨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만든다는 우리의 계획을 완수하면 원래 위치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군대를 움직여 실질적인 통치권을 장악한 사람은 콘스탄틴 치웬가 총사령관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들은 이날 오전 2시쯤 무가베의 저택 인근에서 30~40발의 총성을 들었고, 하라레 중심가에서도 큰 폭발음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무장 병력과 탱크가 하라레 곳곳에 배치됐다.

무가베는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무가베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무가베가 군부에 의해) '집에 갇혀 있긴 하지만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가베가 이렇듯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은 41세 연하의 부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면서 군부를 자극한 것이 원인이 됐다.

무가베는 다음달 그레이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하기 위해 지난 6일 정치적 라이벌인 에머슨 음난가과(75) 부통령을 전격 경질했다.그러자 해외로 도피한 음난가과는 "나중에 짐바브웨로 돌아가 무가베에 맞서겠다"고 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음난가과를 따르는 치웬가 장군은 14일 "혁명을 이루기 위해 군부가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곧바로 구데타을 일으켰다.

한때 독립운동가 추앙
끝없는 집권욕구 추락

무가베는 한때 독립운동가로 추앙받았다. 교사였던 그는 영국의 식민 통치에 맞서 싸우다 1963년부터 12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1980년 독립할 때 초대 총리에 오른 다음부터 독재자로 돌변했다. 1987년 무제한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제로 개헌하고 스스로 대통령에 올라 집권해왔다.

1990년대 이후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짐바브웨 국민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동안에도 무가베는 호화 생일 파티를 벌여 원성을 샀다. 인권 탄압,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는 비판도 따라다녔다. 뉴욕타임스는 "2년 전부터 고령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긴 무가베가 부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해 정적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고조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