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혼혈-연상-미국인-가톨릭신자

"우리는 소개팅(Blind date)으로 만났어요."

해리 왕자(33)와 메건 마클(36)의 결혼 공표가 세간의 관심을 더 끄는 건 그동안 영국 왕실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다섯 가지를 마클이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마클은 이혼 경력이 있다.

2011년 할리우드 프로듀서 트레버 엥걸슨과 결혼했다가 2년 만에 갈라섰다. 이는 영국 왕실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1936년 영국 왕좌에 오른 에드워드 8세는 미 사교계 명사 월리스 심프슨을 사랑했으나 그의 두 번 이혼 경력 때문에 결혼할 수 없게 되자 왕위를 버렸다.

그는 왕위 포기 연설에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성의 도움이나 지지 없이는 왕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가 뜻하지 않게 왕위에 오른 계기가 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동생 마거릿은 피터 타운젠드 대령과 뜨거운 사랑을 했으나 그가 이혼남이었기 때문에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사랑을 포기해야 했다.

이혼 경력에도 두 사람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식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은 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 아버지 찰스 왕세자, 형 윌리엄 왕세손이 결혼한 곳이다. 그러나 15년 전이었다면 불가능했다. 영국 성공회는 2002년 이혼한 사람도 성당에서 결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두 번째, 마클은 가톨릭 신자다.

가톨릭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영국 성공회는 왕실이 가톨릭 신자와 결혼하면 왕위 계승권을 박탈해 왔다. 이 전범이 개정된 게 불과 2년 전이다. 아직도 가톨릭 신자는 군주가 될 수 없다.

세 번째, 마클은 흑인 혼혈이다.

네덜란드계 영국인(백인) 아버지와 아프리카계(흑인)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라는 점도 영국 백인 혈통을 중시하는 왕실에서는 없던 일이다.

네 번째, 마클은 미국인이다.

마클은 대형 스캔들 없이 영국 왕실에 합류한 첫 번째 미국인이 될 예정이다. 영국 왕실은 그동안 유럽 출신 여성들 위주로 신부로 들였다. 지난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여성 월리스 심슨과 결혼하려 했을 때에는 너무나도 큰 논란이 일어나 국왕이 결혼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 스토리를 유명하다.

다섯 번째로 3세 연상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다른 유럽 국가 왕실이나 귀족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는 유럽 왕실의 전통은 이제 역사 속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왕실 10곳 중에 왕비가 귀족 가문 출신인 경우는 벨기에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평민과 자유연애로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