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 시나리오 4개 상정 "남포~원산 잇는 구간서 韓 美와 대치…실제로 검토"

美싱크탱크 랜드연구소 보고서

"中,미군과 동시철수 요구할 것…한국, 北장악능력 보여줘야 통일"
미·중 간 대북 군사옵션 논의와 분석, 구체적인 진척 보인 것 해석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미국 내 매파들 사이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미국의 한 싱크탱크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군이 최대 평양까지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중국 군대가 한반도 개입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군사 전략가들이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개입을 상정하고 중국군과 한·미 연합군의 대치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분석 중인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미국 군사·안보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작성한 '북한의 도발'에 관한 보고서에서 "북한 급변 사태 종료 후 한국이 통일을 이룩하고 중국군의 완전 철군을 유도하려면 한국군의 독자 작전 능력을 시급히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랜드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의 남하 정도와 각 경우 동~서 전선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구분해 중국군의 개입 시나리오를 4개 상정했다. 우선 중국군이 평양 남쪽까지 전진해서 영변의 핵 시설을 장악하고 남포~원산을 잇는 동~서 길이 250㎞ 구간에서 한·미 연합군과 대치할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전쟁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연구소 측은 이 시나리오를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제로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중국군이 평양은 포기하고 영변 핵시설을 장악할 정도로만 남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평북 박천군 앞바다(청천강 인근)부터 함남 정평군 앞바다(함흥만 인근)를 동~서로 잇는 200㎞ 구간에서 한·미 연합군과 대치하게 된다. 동~서 전선이 비교적 짧아 가장 현실적이다.

중국군이 한·미 연합군과 자국 사이에 완충지대를 형성할 목적만 갖고 북·중 국경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제한적 개입이지만 동~서 대치 구간이 긴 것이 부담이다.

어느 시나리오든 미군이 있는 한 중국군은 철군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군이 철군하는 대신 미군도 서울 남쪽까지 혹은 한반도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가 중국의 한반도 개입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은 최근 미·중 간 대북 군사 옵션에 대한 논의와 분석이 구체적으로 진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세미나에서 "미·중은 북한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 상황에 대해서 논의했다. 만약 미국이 휴전선을 넘어야만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다시 38선 아래로 내려가겠다고 중국 측에 말했다"고 했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체제 생존 보장 외에도 한반도의 적화통일과 중국 견제란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20~60개 정도의 핵탄두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핵탄두의 보유 수량에 따라 유사시 군사 충돌 양상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