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대산호에 불거진 이변…"개체수 급감하거나 멸종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호주 대산호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사는 특정 거북 한 세대가 거의 모두 암컷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화 기온에 따라 암수가 결정되는 일부 파충류의 특색 때문인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는 대산호초 북부에서 부화한 초록바다거북 가운데 거의 성체에 이른 개체들을 검사한 결과 99.8%가 암컷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조금 어린 준성체 거북들은 99.1%가 암컷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초록바다거북 400여 개체를 대상으로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호주 퀸즐랜드 환경유산보호부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암수 불균형 때문에 초록바다거북의 개체수가 크게 줄거나 멸종할 수 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산호초 북부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남부에서 태어난 초록바다거북들에서는 암수 비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거의 성체가 된 것들 중 암컷 비율은 67.8%였고, 그보다 어린 준성체들의 그 비율은 64.5%로 나타났다.

바다거북들에게는 부화 때 단 몇 도의 차이가 암수를 결정한다. 몇몇 다른 파충류들과 마찬가지로 태아 때 온도가 낮으면 수컷, 높으면 암컷이 된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 이후 대산호초 북부의 온도가 암수 균형을 유지하는 적정 온도보다 높게 형성돼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연구로 기후변화가 바다거북 개체군에 미치는 즉각적인 위협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화 때 온도로 암수가 결정되는) 종들이 급격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자연유산인 호주 대산호초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해역에서는 2015∼2016년, 2016∼2017년 여름에 산호초 절반이 폐사 격인 백화현상을 일으켜 환경론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