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새 신자 등록한 날 예배때 이름 호명 "일어나세요"
'새 신자용 좌석'만들어놓고 식사 대접, 얼굴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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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뭐하는 분이세요?" "부인은 왜 안왔어요?"
이혼 등 개인 사생활 속사포 질문에 마음에 상처도


친절은 미덕 중의 하나다. 하지만 그 친절이 너무 과하면 미덕이 아니라 부담이다.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교회 안에서 찾아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

LA로 이민온 지 4년째인 애나 박(가명,여)씨.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박씨는 교회를 알아 보기로 했다. 그에게 교회는 한국서 초등학교 때 친구따라 주일학교에 가본 것이 전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는 교회를 찾기 위해 소위 '교회 쇼핑'을 시작했다. 몇 달 정도 찾다가 교회를 정한 박씨는 몇주 안가서 교회가는 것을 그만뒀다. 이유는 새 신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미혼인 박씨에게 이성 교제를 주선해주려는 듯한 일부 교인들이 박씨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됐다.

▶"처음엔 좀 놔둬 주세요"

박씨처럼 '과잉 친절'을 부담스러워 하는 교회 안 사례들은 더 있다.

새 신자들이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은 예배 시간 인사시키기다. 설교 말씀이 끝난 후 교회에 새로 등록한 사람의 이름을 호명한 후 일어나게 해 교인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순서는 새 신자들에겐 죽을 맛이다. 교회의 입장에선 새 신자 얼굴을 알아야 관심을 갖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취지이지만 새 신자들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예배가 끝난 후 교회 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일부 새 신자들에게는 부담을 느낀다. 특히 새 신자들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새 신자용 좌석'은 식당 안 중심에 위치해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처음 본 사람들이 연신 "우리 교회 오길 잘했다"며 지나가며 인사까지 하면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새 신자들은 부담을 느낀다.

과잉친절의 백미는 어쩌면 개인 사생활을 물어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해지기 위해서 상대방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되레 새 신자들에게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이민 사회에서 이혼율은 매우 높다.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싱글들이 많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녀가 있다고 섣불리 "남편은 뭐 하세요?"라든지 "부인은 왜 안 오셨어요?"라는 단정적인 질문은 새 신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마치'식당 손님 잡기 경쟁'

새 신자에 대한 교회의 과잉 친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교회간 새 신자 모시기 경쟁심이 숨어 있다.

교회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교회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미국 내 한인 교회는 올해 1월 현재 4454개에 이른다. 한인 교회는 지난 2013년(4233개)에 비해 221개가 더 늘어났다.

미주 지역 전체 한인 인구는 143만8915명. 이를 한인 교회 수로 나눠보면 한인 323명당 1개꼴로 교회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새 신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과잉 친절이 교회 내에 자리잡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인지도 모른다.

과잉 친절은 새 신자에게는 부담이자 심하면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새 신자들이 아예 교회를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