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권력분산' 개헌 로드맵…바른미래·평화·정의당 긍정평가
당청 "국회의 총리 선출·추천은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김남권 박경준 기자 = 자유한국당이 16일 개헌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링' 위에 올랐다.

특히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다른 야당이 대통령 권력분산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당의 개헌안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이번 개헌 정국이 '당청 대 야4당'의 대립 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날 제시한 개헌안의 핵심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총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인 국무총리 선출 방식을 놓고 "국회가 헌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를 안착시켜 가겠다"면서 국회가 상당 부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이날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면서 구체적인 총리 선출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한국당의 입장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기보다는 총리를 임명 또는 선출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6·13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다만 6월 국회에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제시해 과거보다 진일보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개헌안 발의 이후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개헌안을 의결하고,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6월 개헌안을 발의하고 의결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최장 9월 이내에 국민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야3당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핵심으로 하는 한국당의 개헌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정치권과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대단히 높이 평가한다"며 "시기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평화당 최경환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실질적인 분권을 추진하는 권력구조 개편안을 개헌안에 담겠다"며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정 없이는 4년 연임제는 불가하다"고 단언했다.

특히 지금까지 각종 현안에서 한국당과 대척점에 있는 정의당이 한국당의 입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이정미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와 연계하면 안 된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한국당이 시기를 얘기하고 국회와 머리를 맞대자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들 소수 정당은 국회의원의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하고 있어 한국당과 이들 소수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를 고리로 '전략적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가 전날 "한국당이 대통령제와 조화를 이루는 분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 국민투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하자 한국당 김 원내대표가 이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야4당은 하나같이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정국이 경색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개헌논의가 막힌다는 것이 그 이유로,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른 이들 정당이 정치적 현안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청와대의 입장은 완강하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에 부정적이다.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 또는 선출하는 방안은 3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리 선출은 기본적으로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이 총리 선출 방법에만 한정된 것이라 아니라 예산·인사·감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물론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것은 이원집정부제 혹은 의원내각제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권력구조 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은 확고하게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한다"면서 "국회의 권한만을 강화하려고만 노력하는 태도는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회를 위한 개헌을 하자고 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은 또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국당이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개헌안 당론도 정하지 않고 10월 개헌을 주장했던 한국당이 이제 6월 개헌 발의를 들고 나왔다"며 "이는 대통령 개헌 발의를 막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다. 한국당은 개헌안 당론부터 확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한국당의 개헌 로드맵에 따라 6월에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실제 개헌안을 처리하는 것은 3개월쯤 뒤 아닌가"라며 "결국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현 단계에서 청와대가 당초 예고한 대로 21일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 역시 변함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개헌안이 발의된다고 하더라도 개헌의 내용과 시기에 여야가 합의한다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기본권, 지방분권까지 여야가 다 합의했는데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못 하겠으니 9월 또는 10월에 하자'고 한다면 대통령도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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