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90%인 코스타리카

목사출신 경쟁자 패배

중미 남부에 위치한 코스타리카 공화국에서 카를로스 알바라도(38·사진) 여당 시민행동당 후보가 1일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국민의 90%가 기독교인 보수주의 국가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개표가 90% 진행된 가운데 알바라도 후보가 60.6%를 득표해 당선이 확실해졌다. 야당 국민회복당의 파브리시오 알바라도(43) 후보는 39.4%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두 후보 모두 성이 알바라도이지만, 친인척 관계는 아니다.

이번 대선의 쟁점은 동성결혼의 찬반 여부였다. 노동부 장관 출신 카를로스 알바라도는 13명의 대선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동성결혼에 찬성했다. 반면, 목사 출신인 파브리시오 알바라도는 반대했다.

로이터는 이번 선거 결과가 "코스타리가 뿐 아니라 중남미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친 인구가 전체의 90%에 육박하는 코스타리카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대통령이 나왔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 유권자 대부분은 자신을 '보수주의자'로 규정하며, 3분의 2가 동성결혼에 반대해왔다. 대학 시절 로큰롤 가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카를로스 알바라도는 민주주의적 선거가 도입된 이래 코스타리카 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4년간 재임하게 된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한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에서 가장 안정적이며 번영한 국가로 꼽히지만, 전체 국민의 20%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