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 한맺힌 고백

[화제인물]

우주비행 10주년 소회, "한국선 행보 바꾸기 어려워 미국행"
"정부 로드맵을 비판한 적 없다…조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
국적포기는 오해…"난 대한민국 우주인, 美시민권 신청안해"

10년 전 한국인 최초로 우주비행을 했던 이소연(40)씨는 경영학 박사(MBA) 학위를 위해 미국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평생 (우주 관련) 강연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3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2018 학술대회 초청 강연에서 "예순 살 쯤 됐을 때도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며 지내고 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매우 컸다"며 이렇게 밝혔다.

2008년 4월 우주선 소유스 TMA-12를 타고 우주 국제 정거장(ISS)에 간 이씨는 10여일 동안 머물며 18가지 우주 과학 실험을 했다. 이후 한국에서 각종 특강을 하며 지내다 2012년 소속 기관이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휴직하고서 미국 유학길을 떠났다.

이씨는 "마치 유행가 하나로 평생 우려먹고 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작은 강연이라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 그대로 있으면서 행보를 바꾸긴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러시아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로켓 공학자인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누구도 그 요람에 평생 살아선 안 된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외국에서도 일정한 연구 활동 이후 관리자나 경영자의 길을 주로 택한다"며 "우주공학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분들과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경영학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씨는 "전 세계 모든 우주인이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어린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며 "설사 누가 잘못했든지 어린이들에게 우주인이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고 강조했다.

우주인을 '올림픽에 나가는 지구 전체 대표선수'라고 빗댄 이씨는 제2 우주인 배출 등 앞으로 우리나라 우주 사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이씨는 "(일부 언론과는 달리) 저는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정부 로드맵을 비판한 적 없다"며 "우주인 사업 기획을 기획하고, 우주인을 올려보내고,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고 하던 세 시기의 정부가 모두 다르다 보니 방향성이 조금씩 틀어졌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국적을 포기했다는 기사들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대한민국 국기를 달고 우주에서 최초 우주인으로 살았던 저로서는 단 한 번도 미국 시민권 신청을 고려해본 적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도 한 사람의 우주인이 더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때 제가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