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불꽃'처럼…

지병으로 별세
파란만장한 삶

그녀의 삶은 영화보다 극적이었고 불꽃보다 맹렬했다.

로맨스와 스릴러, 첩보극이 뒤섞인 한 편의 장편 영화가 끝내 막을 내렸다. 영화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산 배우 최은희(92·사진)씨가 16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최씨는 내과에 신장 투석을 받으러 갔다가 숨을 거뒀다.

1926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나 21세에 배우 데뷔한 최씨는 신상옥(1926~ 2006) 감독의 아내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53년 배우와 감독으로 만난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했고, 이후 한국 영화 중흥기를 함께 이끌었다. 당시 최씨는 김지미(78)·엄앵란(82)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시대를 열었다.

최씨는 그러나 1978년 신 감독과 이혼하고 홍콩에 갔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됐다. 신 감독 역시 같은 해 7월 납북됐고, 북한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뢰를 얻어 17편의 영화를 찍었다.

두 사람은 1986년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하던 중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했고, 이후 10년 넘게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99년 영구 귀국했다. 최씨는 2006년 신 감독이 먼저 떠난 뒤 건강이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