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최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대항항공 자매들의 갑질 행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물이 든 컵을 던져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무의 사례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한인들에게 준 충격은 크다. 지난 2014년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갑질'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의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7일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정지를 신청했다. 정식으로 폭행 여부를 수사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조 전무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과거 한국 국적을 포기했음에도 2010∼2016년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의 등기임원을 지내 조 전무가 불법적인 지위를 누렸다는 의혹도받는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물벼락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한진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이 3200억원어치 가량 사라졌다. 17일까지 4거래일 동안 대한항공 주가가 6.13% 떨어졌고 시총은 3조1960억원으로 2080억원 줄었다.

한국민들의 분노도 상당하다. 청와대 웹사이트 국민청원게시판에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고 사명의 '대한'과 'Korean'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태극 무늬 로고도 빼라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한인들에게 '태극기와 대한민국'은 미국 땅에서 버텨낼 수 있는 자존심의 원천이다. 대한항공의 두 자매가 이 자존심에 먹칠을 한 셈이니 자괴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두 자매의 갑질 행태 근저에는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도대체 부러울 것 없는 재벌의 두 자매는 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반복해서 표출하는 걸까?

먼저 이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땅콩 회항 갑질'과 '물벼락 갑질'은 주변 사람들이 두 자매를 깍듯하게 모셨지만 두 자매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들은 들어가기 힘들다는 대한항공에 그 흔한 입사시험도 치루지 않고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했으니 자신들을 '귀하고 다른 사람'이라는 우월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무데서나 분노를 표출해도 괜찮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땅콩 회항때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언니가 어느새 칼 호텔 사장으로 복귀한 것에 자신감을 얻었을 터. 더욱이 대한항공은 아버지 것이자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이들 자매의 갑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항공 직원들의 몫이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를 보고만 있자니 속이 터지고, 앞에 나가서 외치자니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있고…

"피해자인 나는 아직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땅콩 회항 갑질'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의 말이 그같은 처지를 대변한다.

앞으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지 않으면 '그들의 갑질'이 없어질까. 그나저나 모든 한국 사람들은 지금 '대한항공'이 창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