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선수들이 4월 혹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례적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넥워머와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아니다. 영하 5~6도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야구를 하지 않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봉이 깎이더라도 경기수를 줄여서 시즌을 단축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18일에도 리글리 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가 쌀쌀한 날씨 탓에 19일로 순연됐다. 4월에만 추운 날씨로 25경기가 순연돼 역대 최다 타이를 기록했다.

이에 시카고 컵스 중심타자 앤서니 리조(29)는 최근 ESPN과 인터뷰에서 "경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물론 경기수를 줄이면 연봉을 깎으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경기에 나선다. 하지만 이제는 시야를 넓게 보고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리조가 연봉을 삭감하면서도 경기수를 모두 줄이자고 한 이유는 분명하다. 허리통증에 시달리던 리조는 이날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했다. 다시 타석에 서지만 추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컵스는 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5일 애틀랜타전, 16일 세인트루이스전이 추위로 인해 취소됐다. 홈구장 리글리필드의 기온이 영하 5~6도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리조는 "추위 속에서 하는 야구는 정말 최악"이라며 "야구팬은 컵스와 세인트루이스가 아름다운 리글리필드에서 맞붙는 장면을 기대하지 영하 5~6도에서 야구를 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리조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시즌을 보다 늦게 시작하고 경기수를 줄이는 게 맞다고 본다. 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비와 눈이 오고 거센 바람이 부는 4월 야구장이 정말 즐거울까?"라고 선수 뿐이 아닌 야구장을 찾은 팬을 위해서라도 경기수를 줄이고 시즌을 늦게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시카고 외에도 뉴욕과 보스턴,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미네소타 등 동부와 중부 지역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면 선수와 야구장을 찾은 팬 모두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중무장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관중수는 당연히 떨어졌고 경기의 질도 하락했다. 추위로 인해 투수는 구속과 제구가 하락하고 야수들은 평소보다 많은 수비실책을 범한다.

지난 15일 볼티모어와 홈경기에 등판한 보스턴 에이스 크리스 세일(29)은 "이렇게 최악의 상황에서 공을 던진 적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당시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파크의 기온은 영상 1도였다. 2003년 이후 가장 추운 날씨에서 열린 펜웨이 파크 경기였다. 세일은 비록 구속이 90마일 초반대까지 떨어졌으나 5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활약한 바 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