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식당 설겆이, 청소…어디 누구 할 사람 없나요?

[이슈진단]

힘만 들고 알아 주지 않아 자원 교인들 별로 없어
"20% 봉사자가 80% 교인들 섬긴다"는 '2:8 현상'
결국 몇몇 교인들에 편중…소형 교회일수록 심해


# 한인교회 부목사인 조모(45) 목사는 매주 화요일이 괴롭다. 교회 봉사자를 찾기 위해 교인 주소록을 뒤지며 전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 목사는 주차, 식당, 청소 등 힘만 들고 티가 나지 않는 봉사자를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조 목사는 "교회 주보에 봉사자를 찾는 광고가 매주 나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며 "결국 몇몇 교인들에게 편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로 한다는 교회 봉사. 하지만 어느 사이 세상의 가치가 슬며시 교회 안에 들어오면서 교인들이 기피하는 소위 '3D'봉사가 있다.

교회 밖에서 '3D 업종'은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들을 말하는데 제조업, 광업, 건축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교회 안에도 3D 봉사가 있다. 힘만 들고 남들이 알아 주지 않는 봉사들이 바로 그것이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교인이 드물다. 목사나 장로들이 매주 사정하듯 참여를 권면해도 할까 말까다.
3D에 해당하는 봉사는 무엇일까.

주차 봉사가 대표적이다. LA의 따가운 햇볕 아래서 제멋대로 주차하는 교인들과 씨름하는 일은 지옥과도 같다. 주차장은 예배 때 받은 은혜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장소이다. 간혹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에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면 사역에 참여하기 어렵다.

식당 봉사도 전통적인 기피 봉사에 해당된다. 교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장을 보거나 설거지하는 것도 식당 봉사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식당을 맡아 운영하는 권사나 안수집사에겐 약간의 권력도 있지만 주방안에서 설겆이를 하는 봉사는 기피 대상이다.

가장 필요하면서도 외면당하는 봉사가 청소 봉사다. 일부 교회에선 신앙훈련 차원에서 임직자 훈련 프로그램에 교회 화장실 청소를 넣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 3D 봉사는 만성적인 봉사자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교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주보에는 기피 봉사에 참여할 교인을 찾는 광고는 단골 메뉴로 고정이 된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D 봉사를 중심으로 소위 '2:8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한 목회자는 "전체 교인 중 20% 정도만이 자발적 봉사자로 나서 나머지 80% 교인들을 섬긴다"며 "어느 한인교회나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교회는 교구별, 구역별로 돌아가면서 3D 봉사 교인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교회는 사정이 다르다. 담임목사 사모를 비롯한 일부분의 교인들에게 기피 봉사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회와 교인 모두 3D 봉사를 비롯한 봉사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남가주한인목사회 샘신 목사는 "크기와 모습이 다를 뿐 모든 교인들은 달란트를 갖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교회 리더들도 교인들의 달란트 계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