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4]

北,핵폐기 언급 없이 "핵실험장 폐쇄·ICBM 발사 중지" 선언
'핵보유'기정사실화…美와 동등한 입장서 군축협상 시도할듯
靑 "의미있는 진전", '北, 보상 불만땐 언제든 유턴'경계론도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큰 진전이다. 일이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핵 보유국'이 되겠다는 선언이다."(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조선일보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던진 '핵·미사일 중단 카드'에 미국 내 반응은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했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는 기대감과, "영변 냉각탑 폭파와 같은 '쇼'일 뿐"이라는 의구심이 동시에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경제 건설 총력 집중'을 선언했다. 하지만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위협이 없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 "핵을 이전하지 않겠다"며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핵 보유국' 입장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회담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한·미 정부는 일단 북한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핵·미사일 중단'을 선언한 것 자체는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은 과거 협상 때에는 잘게 쪼갠 비핵화 조치마다 기름·식량 등 대가를 먼저, 또는 동시에 받아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보상은 절대 없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자, 북한이 미·북 회담 성사를 위해 선(先) 조치로 미국의 체면을 세워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1일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에 올인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식의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건설 총력'은 결국 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것이고, 제재 해제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북한이 언제든 다시 핵 도발의 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날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게 아니라, 잠시 미뤄둔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김정은의 진정한 의도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핵무기 폐기 전까진
제재완화 허락 안해"

WSJ,'트럼프 의지 강해'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시험의 동결의 대가로 상당한 수준의 제재 완화를 허락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힐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폐기하기 전까지 제재 완화와 같은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