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기구 참여시켜 투명성 확보…북미정상회담 순항 동력화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 과정에 유엔이 직접 참관하고 검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며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판문점 선언' 중 DMZ의 실질적인 평화지대화를 소개하고 "그 과정도 유엔이 참관하고 이행을 검증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에 폐쇄하겠다면서 투명성 담보를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이날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향후 DMZ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핵실험장 폐기와 DMZ 평화지대화라는 두 사안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입구'로 해석되는 만큼 문 대통령이 유엔이라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일련의 과정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미국이 북한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도록 유엔을 통해 담보하는 동시에 북한에도 실질적인 이행을 강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유엔이 핵실험장 폐쇄를 참관하고 검증한다면 유엔 산하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북한의 '선(先)조치'가 미국을 포함해 핵 문제를 직접 다루는 IAEA를 통해 투명하게 검증된다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조만간 열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 도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구테흐스 총장에게 유엔 총회나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판문점 선언 지지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 지지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 성공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요청을 수용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엔 군축담당 책임자를 한국 정부와 협력하게 지정하겠다"고 화답했다.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