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연일 띄운 트럼프 "며칠안으로 발표" 예고…CNN "판문점 북측 가능성"
일부 언론서 평양설도 부상…연출효과 극대화할 수 있지만 靑·백악관 "고려안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역사적 첫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가 곧 확정된다.

작년 내내 일촉즉발의 '핵 대치'를 이어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담판'을 짓는다는 점에서 과연 어디서 회담이 이뤄질지에 지구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개최될 회담 장소와 날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의 조율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리는 지금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날짜가 며칠 안으로 발표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는 판문점이 꼽힌다. 냉전시대의 마지막 유물이자 남북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평화를 위한 비핵화 해법에 합의하는 것만큼 극적인 무대 장치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사업가이자 TV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이른바 '빅뱅'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다. 이 역사적인 '평화 이벤트'의 연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분석은 판문점 개최설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전날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한 접경 지역인 (판문점 내) 평화의 집/자유의 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라며 운을 띄운 뒤 "한반도 분단의 현장이기 때문에 일이 잘된다면 제3국에서 개최하는 것보다 엄청난 기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무적으로도 판문점만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호와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미국과 북한 양쪽 모두를 이 정도로 만족시킬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용기 문제로 거리가 먼 제3국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김 위원장의 입장을 고려할 때 육로로 쉽게 접근 가능한 판문점은 최적의 회담장이 될 수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판문점 남측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북측 구역에서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판문점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 만난 곳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지나치게 부각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중립적 성격의 제3국인 싱가포르도 여전히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평양 개최의 현실적인 장벽과 열악한 인프라, 북한의 항공기 사정을 염두에 두면 싱가포르가 제3국 후보지 중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판문점 개최 가능성과 함께 "우리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 판문점과 싱가포르가 최종 후보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울러 스위스는 김 위원장이 유학했던 곳인 데다 미국과의 관계가 좋은 중립국이어서 전용기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역시 훌륭한 개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평양이 북미회담 장소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대두한 것이 주목을 끈다. 애초 정상회담 후보지로 몽골을 선호했던 북한이 몽골 대신 평양 개최를 제안하고, 미국이 막판에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는 것은 북한의 선전전에 악용될 소지가 크지만, 회담이 잘 될 경우 판문점 이상으로 연출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평양 개최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치적 야심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은 방북을 결단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일부 언론도 판문점과 평양이 최종 검토 대상이라고 전해 막판 평양이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진의 심장부에 뛰어들어 억류 중인 미국 시민들을 직접 데려오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가를 더욱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백악관과 청와대는 잇따라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아 현실적으로 평양 개최 가능성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판문점과 함께 평양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느냐'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평양은 고려·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평양을 선호한다는 보도에 대해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지로 2∼3곳을 거론할 때에는 평양이 후보지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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