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기관장 오찬…문대통령 "北, 진지하고 성실히 회담"
문대통령 "다른 외교일정 있어"…정의용 안보실장 휴가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일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위해 헌법기관장을 청와대로 초청, 정오부터 1시간 30분 가량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이 참석했다.

5부 요인 중 한 명인 김명수 대법원장도 참석 대상이었으나 국외 출장 중이어서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가안보실 남관표 2차장이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와 후속 이행 조처에 관해 설명했고, 이후 참석자들이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이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지난해 7월 취임 인사차 (헌법기관장들을) 만났고, 또 작년 10월 봤다. 그때는 우리 안보 상황이 아주 안 좋았다"며 "다만 그 이후 (안보상황이) 좋아져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법원장이 해외 출장 중인데, 또 이어서 국회의장과 총리도 (해외에) 가신다. 저도 다른 외교일정이 있다"고 소개하며 분주한 외교 행보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도 대단히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회담에 임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막무가내 주장을 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단히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것을 내려놓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아주 역사적인 일"이라며 "깜짝 놀랄만한 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평화의 대장정이 확실히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판문점 선언이 잘 지켜질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약속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 바뀌며 무산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이란 핵 합의도 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약속을 지킬 시간이 충분해 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헌재소장은 "남북의 전략적·전술적 고려도 있었겠지만, TV를 보며 북한도 진심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실행도 큰 어려움이 없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상회담이 생중계된 게 회담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특히 도보다리에서 문 대통령이 주로 말씀을 하고 김 위원장이 경청하는 모습은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로 발신했다"며 "회담 뒤 있을 수 있는 논란도 없앴다"고 말했다.

권 선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신뢰를 강조하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우리는 그동안 약속을 지켰는데 항상 북한이 먼저 깼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보며 신뢰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신뢰는 서로 노력해야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찬에서는 북한 냉면이나 문 대통령의 고향 음식인 달고기 등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편 오찬에는 애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배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휴가를 내면서 남관표 안보실 2차장이 대신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오전 회의를 마치고 휴식을 위해 휴가를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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