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첫 女조종사 닐루파르 라흐마니 전 공군대위 미국 망명 신청 허용

[금요화제]

"서양인·남성과 일하는 건 이슬람 율법 위배"
탈레반등에 "댓가 치를것" 살해협박 시달려
"내 삶에 평화가…아프간에 남은 가족 걱정"

아프가니스탄 공군에서 복무하던 아프간 첫 여성 조종사가 '서양인·남성과 함께 일한다'는 이유로 탈레반 등으로부터 살해 협박에 시달리다 미국에 망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 공군 대위였던 닐루파르 라흐마니(27)는 2015년 비행 훈련 연수를 위해 미국에 입국했으며 연수가 끝난 뒤 신변 위협을 이유로 이듬해 12월 망명을 신청했다. 미국 당국은 신청 1년4개월 만에 그녀의 망명을 허용했다. 라흐마니는 "드디어 내 삶에 평화가 찾아왔다. 아프간에 남은 가족이 유일한 걱정"이라며 "미국에서 민간 조종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아프간에서 태어난 라흐마니는 2010년 조종사를 꿈꾸며 군에 입대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극도로 제한했던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미국 주도 연합군에 의해 축출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그는 2012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여성들도 군인이 될 자격을 가져야 한다"며 "본보기가 되기 위해 입대했다"고 말했다.
라흐마니는 이듬해 공군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아프간 사상 첫 여성 조종사가 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서방 세계 지원하에 아프간 여성이 만들어낸 커다란 성취'로 홍보하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러나 살해 협박이 시작됐다. 탈레반은 '여성이 서양인과 함께 일하지 말 것을 지시한 이슬람 율법을 어기고 조종사로 계속 일한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전화와 편지를 통해 수시로 위협했다.

라흐마니의 친척들도 "남성이 대다수인 공군에서 여성이 일하는 것은 가문의 수치"라며 그를 응징하겠다고 나섰다. 부모와 형제까지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남동생은 두 차례의 암살 시도를 겨우 피했고 가족은 피신 생활을 했다.

라흐마니는 2015년 3월 미 국무부로부터 '용기 있는 여성상'을 받았다. 하지만 신변 위협이 계속되자 그해 7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그는 "조국의 하늘을 날고 싶지만 생명을 잃을까 두렵다"며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당시 아프간 공군은 "라흐마니가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마음을 바꾸고 귀국해 계속 복무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