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때부터 꿈은 베를린 필 지휘자"
세계적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어머니의 자녀교육

어릴 때부터 혼자 전철타고 레슨·음악회 다니며 자립심 키워
장래희망은 구체적으로 품게…강요하지 않고, 따뜻한 관심만

피아니스트 김선욱 군은 아시아 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습니다. 리즈 콩쿠르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장들을 배출한, 권위 있는 음악 경연 대회인데요, 정명훈 씨가 1975년에 4위, 서주희 씨가 1984년에 2위, 백혜선 씨가 1990년에 5위로 입상했지만 우승은 처음이었습니다. 2005년 클라라 하스킬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최연소로 우승했던 김선욱 군은 리즈 콩쿠르에서도 6명의 결선 진출자 가운데 최연소로 진출하는 등 '최연소' 기록을 항상 달고 다녔습니다.

김선욱 군이 피아노를 처음 접한 시기는 만 세 살 때였습니다. 세 살 위인 형이 피아노 학원 차를 타고 가면 목 놓아 울던 김선욱 군에게 그때부터 피아노는 인생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를 꿈꾸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김선욱 군은 자신의 인생 계획을 적어놓은 수첩을 부모님께 보여드렸다는데요, "2000년 쇼팽 콩쿠르 출전, 2002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출전,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출전……." 초등학생이지만 영어 웹사이트에서 콩쿠르 일정을 모두 확인하고서 수첩에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김선욱 군의 어머니는 콩쿠르 우승 비결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습니다.

1. 자립심 기르기: 김선욱 군의 부모는 맞벌이 부부라 일일이 아들을 따라다닐 시간이 없었죠. 어릴 때부터 혼자서 전철을 타고 레슨이며 음악회를 다녔습니다.

2. 구체적인 꿈 갖기: 베를린 필 지휘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정명훈에게 빠져 엄마 몰래 신용카드를 갖고 나가 경매장에서 정명훈이 사용했던 지휘봉을 사왔습니다.

3. 음악 골고루 듣기: '훌륭한 연주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라는 말을 믿고, 음악은 닥치는 대로 들었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음악회에 다니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열 13번은 자기 자리라며 맨 먼저 예매했다고 합니다.

4. 열중하기: 한 때는 지하철 티켓을 가격별·색깔별로 모으기도 하고, 야구 선수 이름을 줄줄 외우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연주자별로 음반을 다 구입했다고 합니다.

5. 성급한 유학은 금물: 초등학교 때는 유학 떠나는 날짜까지 못 박아 놓고 부모를 졸랐지만 훌륭한 스승을 만나고 나서는 '모든 게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6. 강요하지 않기: 피아니스트가 되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습니다. 부모가 앞장서서 아이를 끌고 가기보다는 본인이 스스로 택한 길을 잠자코 뒷바라지해 주었습니다.

7. 체력 기르기: 어릴 때부터 축구o야구를 좋아했습니다. LG왼손 투수 이상훈 선수를 특히 좋아해 왼손으로 벽에 공을 던져 맞히곤 했습니다. 덕분에 왼팔이 강해져서 세종체임버홀에서 2시간 30분짜리 독주회를 거뜬히 해냈습니다.

8. 따뜻한 관심: 부모가 해준 것은, 놓친 음악회의 TV 방송을 녹화해 주고, 음악회에 같이 가서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연주자의 사인을 맨 먼저 받아 주고, 연습할 때 악보를 넘겨준 것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대치동 돼지엄마가 아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