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4천여만원 대출받게 한 뒤 '정성금' 명목으로 갈취
법원 "피해자 정신·경제적 고통 상당" 징역 1년 선고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정신질환을 앓는 피해자에게 치료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정성금' 명목으로 1억4천여만원의 대출금을 뜯어낸 40대 종교인이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특정 종교 신도인 A(42·여)씨는 2011년 6월께 망각과 환각,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B씨를 우연히 알게 됐다.

A씨는 "얼굴에 공덕이 있다. 조상님을 천도시켜야 건강이 좋아진다"는 말로 B씨를 꼬드겨 그를 청주에 있는 자신의 종교시설로 데리고 갔다.

이곳에서 함께 숙식하며 A씨는 B씨에게 "조상을 잘 모시려면 돈을 바쳐야 한다", "집안이 잘 되려면 돈을 바쳐야 한다", "아빠가 신기가 있어 이를 억누르려면 돈을 바쳐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그러면서 재단에 정성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대출을 받으라고 본색을 드러냈다.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던 B씨는 A씨에게 현혹돼 시키는 대로 16개 대부업체로부터 5천700만원가량을 대출받았다.

이 돈은 고스란히 A씨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A씨의 사기 범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 앞으로 더는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B씨의 어머니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B씨를 시켜 몰래 집에서 어머니의 통장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가져오게 한 A씨는 다른 신도를 B씨의 어머니 대역으로 내세워 17개 대부업체로부터 대출받은 8천700여만원을 더 가로챘다.

이 과정에서 각종 문서 위조도 일삼았다.

여기서 한술 더 떠 B씨 어머니에게 접근, "딸이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고 다그쳐 1천300만원을 더 뜯어내기도 했다.

B씨 측의 뒤늦은 고소로 경찰 조사를 통해 사기 행각이 모두 드러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뒤 그를 법정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를 부추겨 대출을 받게 한 것도 모자라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끌어들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금액이 크고 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자들의 정신적·경제적 고통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A씨의 범행을 도운 다른 신도 2명에게도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jeon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