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성공한 자산가, 한국가서 기초연금 20만원 '꿀꺽'

[뉴스포커스]

해외 재산 아무리 많아도 한국 재산 없으면 혜택
65세만 넘으면 한국 1개월 이상 체류시 수혜 가능
"복지시스템 악용 생계 어려운 국민 혜택까지 탐내"


미국과 한국 복수국적자인 미주한인 A씨(66)는 30여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미국에서 크게 성공해 주택도 여러 채 보유한 자산가다. 한인사회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민 1세로 부러움을 산다. A씨는 나이를 먹자 고향땅이 그리워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A씨는 만65세가 된 이후 한국에서 매달 20만원씩 기초연금을 받는다. 미국에선 자산가지만 한국내엔 보유재산이 거의 없어서다.

기초생활보장급여나 기초연금 등 생계가 어려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한국의 복지서비스들이 시스템에 허점을 보이면서 A씨처럼 일부 복수국적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한국 당국의 비판과 함께 해외에 자산이 많은 복수국적자들에게 혈세가 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의 복수국적자는 9만9328명이다. 이 중 만 65세 이상 복수국적자는 1만1203명이다. 복수국적자는 지난 2011년 1월 국적법 개정으로 복수국적이 허용된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복수국적자라고 하더라도 한국내 체류 기간이 1개월 이상이면 기초연금 등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해외 출국시 60일 이상 경과 시점부터는 기초연금, 91일 이상 경과하면 기초생활급여 지급을 중단한다.

한국 정부는 월평균 20만원인 기초연금을 오는 9월부터 25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공적 연금이다.

복수국적자들의 부정 수급이 가능한 이유는 복지 서비스 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재산 조사가 한국내 재산에 한정돼 있어서다. 해외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한국내에 자산이 없으면 복지 지원대상이라는 얘기다.

보건복지부 측은 재산 조사와 심사를 하는 지자체가 해외 재산을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없어 해외에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한국내에 재산이 없으면 수급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복지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지만 복지부와 법무부는 복수국적자의 복지 수급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적법에 따라 한국내에서 모든 혜택에 대해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는 만큼 별도로 통계를 파악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해외에 재산이 많은 일부 복수국적자의 도덕적 해이에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