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우리나라 주거공간의 소비자 성향에 대해 조사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30평(미국선 1068 스퀘어피트 정도) 이상의 집에 살고있는 991명의 주택 소유주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당신은 (결혼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으십니까?"

다시말해 자식이 결혼하면 한 집에서 같이 살겠냐고 물어본 것이지요. 대답이 어땠을까요. 미국에 사는 우리도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혼한 자녀와 함께 살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겨우 4%였습니다. 100명 중 4명만이 같이 살겠다고 대답한 셈입니다.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요즘 한국 부모들도 미국처럼 장성한 자식들이 결혼하고 나면 함께 부대끼며 머리아프게 살기보단 자식들과 떨어져 살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원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번 조사에 응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의 부모가 '결혼해 사는 자식의 거주지에서 최소한 30분 이상은 떨어진 곳에서 살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가능하면 결혼한 자녀와 멀리 떨어져 살고 싶다는 것이지요. 옛날 같으면 자식들의 입에서 나올만한 얘기를 거꾸로 부모들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노년을 갈망하는) '젊은 노인'이 급격히 늘어난 때문일겁니다.

그뿐 아닙니다.'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응답도 전체의 20%가 넘었습니다. 자녀들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기 보단 은퇴후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 경제적인 대비를 챙기는 부모들이 많아졌다는 말이지요. 정말 한국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당신은 어떠십니까.

그래도 미국에 이민와 살고 있는 부모는 좀 다르지 않을까요.

대부분 어렵게 맞벌이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애들 키우며 사는 자식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집을 사려해도 다운페이 할 돈을 모으지 못해 아파트 생활을 면치 못하는 아들 부부를 볼때마다 별로 도와주지 못하는 부모 마음은 측은합니다.

좀 가까운데 살면서 손주라도 봐주고 가끔 김치도 만들어 갖다주고 싶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바쁘고 고된 미국 생활에 자주 못보는 자식들이 눈에 밟히지 않습니까.

부모가 결혼한 자녀와 꼭 같이 한 집에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지요. 그렇다고 서로 편하자고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설사 그렇더라도 보고는 살아야죠. 부모-자식 아닙니까.

자식에겐 무조건 다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어머니!'라는 말 한마디만 들어도 뭉클해지는 자식의 마음…불변의 이치입니다.

이제 곧 마더스데이 입니다. 뭘 하실 겁니까. 한반도 통일도 중요하고, 한인타운 홈리스 셸터 설치도 신경쓰이지만 이번 주말은 비워놓으시죠.

#돈벌이가 시원치않은 '자식'은 정말 오랜만에 식구들과 함께 아픈 무릎때문에 거동이 시원치않은 어머니를 모시고 레돈도비치를 가려합니다.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시는 게를 실컷잡숫게 해드리려 합니다.

#노인아파트에 혼자 사는 '어머니'는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 부부를 위해 비싼 갈비를 준비합니다. 자식에게 대접을 받아야하는 날이지만 상관없습니다. 비록 치아가 시원치않은 당신은 고기를 싫어하지만 괜찮습니다. 어렵사리 짬을 내 오랜만에 부모를 찾은 자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그래서 '마더스데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