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업률 30∼50%로 급상승 우려…사회보장 3단계 점진적 통합해야"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독일 할레경제연구소 '통일 대비' 공동 보고서 발간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남북 경제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 독일 모델로 통일하면 북한 주민이 남으로 급격히 이동해 혼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 15일 공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독일 할레경제연구소는 공동 발간 보고서 '통일 독일의 경제 이행과 한국에의 함의'(Economic Transition in the Unified Germany and Implications for Korea)에서 지금처럼 남북 경제 격차가 현격히 큰 상태에서 독일처럼 급격한 통일이 이뤄지면 "북한 주민 7%가 남쪽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맞물려 북한 실업률이 30∼50%로 치솟고 남북 양쪽 일자리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4년 추정한 북한 인구는 약 2천500만명이며 이를 토대로 환산하면 북한 인구의 7%는 약 175만명이다.

북한 인구의 7%가 남한으로 이주할 수 있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한 전망이므로 실제는 통일 당시 상황이나 북한 인구에 따라 이주민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이 통일 전에 개혁하고 외부 세계에 개방하는 등 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북 경제 격차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자유시장 시스템을 만들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법을 배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사회 보장제도 통합과 관련해서는 3단계 점진적인 방식이 적절하다.

동독은 중앙 집중형 사회보험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했기 때문에 서독 시스템을 확대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북한은 사회보장 시스템이 작동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아서다.

사회보장 통합 첫 단계에서는 위기에 처한 북한 주민에게 기본적인 보장을 제공해 통일 직후 사회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2단계인 구조적 통합 단계에서는 남한 시스템을 북한에 원칙적으로 적용한다. 이들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도 노인 생활 안정을 위해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구조적 정착 단계에서는 사회보장 제도 통합을 마무리하고 단일한 시스템을 이루면 된다.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고 준비하면 통일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며, 이와 관련 한국의 과제는 북한 거시 경제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 남한 정책 입안자들이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해 증세나 지출 삭감 등과 관련한 논의를 충분히 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한편, 통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공공 채무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통일은 국내·거시 경제 상황을 한동안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해 한국은 환율과 금리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국내외 경제의 토대와 재정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연구책임자인 정형곤 KIEP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가 통일 정책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할레경제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남북교류 및 통일기반을 위한 정책 수립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