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는 성인 자녀 돕고, 위로는 노부모 돌보고…

[뉴스포커스]

한국 5060대 75%가 자녀생활비 지원하는 '부모 은행'
미국선 32%'다 큰 자녀'케어…'황혼육아족'도 51%

미주 한인을 비롯한 전세계 5060세대는 나이든 자식과 노부모를 '더블케어'해야하고, 황혼 육아에서도 벗어나지 못해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힘겨운 세대인 듯 싶다.

▶'황혼인생'이 힘들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5가지 키워드로 본 5060세대의 가족과 삶' 보고서는 5060세대가 느끼는 가족 부양 부담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그려냈다. 보고서가 꼽은 5가지 키워드는 '부모 은행', '원격 부양', '황혼 육아', '더블 케어', '동상이몽' 등이다. 5060세대는 성인 자녀에게는 은행처럼 돈을 내주고, 노부모는 먼 거리에서 부양하며, 황혼을 맞아도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요즘의 5060세대는 자녀에 대한 애정을 담보로 한 '부모 은행'이다. 설문조사 결과 한국의 50·60대 74.8%가 성인 자녀의 생활비를 지원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월평균 지원금은 73만원에 달한다. 이는 가계 소득의 14% 수준이다. 4가구 중 3가구 꼴로 평균 5847만원을 학자금이나 결혼 자금으로 지원했다.

'부모 은행'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8~34세 성인의 32.1%가,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에서는 48.1%가 부모와 같이 산다. 청년층의 고용 환경이 불안해지고, 임금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가계의 부담을 5060세대가 지게 된 셈이다.
대가족은 사라져도 '원격 부양'으로 노부모 부양은 계속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5060세대 87.7%는 노부모와 함께 살지 않지만, 44.6%가 매달 노부모의 생활비나 간병비를 지원하며 부양했다.

▶5060대 女가 더 힘들어

이같은 원격 부양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노부모와 따로 거주하지만 생활비를 지원하며 연로한 부모를 멀리서 돌보는 한인 5060세대를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손주를 돌봤거나 돌보는 '황혼 육아족'도 51.1%나 됐다. 평균 32개월째 아이를 돌보지만 평균 70만원 수준의 수고비를 받는 경우는 34.9% 뿐이다. 황혼 육아족의 55.6%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힘겨움을 호소했지만 자녀를 위해서 '출퇴근 육아'를 이어 간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5060세대는 아래로는 성인 자녀를, 위로는 노부모를 부양하는 이른바 '더블 케어'의 부담을 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경우는 53.2%, 멀리서 노부모를 부양하는 경우는 62.4%였다.

마지막으로 5060세대 사이에서 가족 부양에 대한 '동상이몽'도 나타난다. 남성(75.7%)이 여성(60.1%)보다 노부모 부양에 더 의무감을 느끼지만, 수고스러움은 여성이 더 많이 감내하고 있다. 여성의 69.3%가 노부모 부양을, 85.1%는 손주 양육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