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트윗으로 법무부 조사 요구…러시아 스캔들 특검 압박 노린듯
법무부 "감찰관에게 조사 요청", 정보원 신원노출 여부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법무부 또는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의 대선캠프에 정보원을 심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법무부나 FBI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트럼프캠프에 침투했거나 감시했는지, 그리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인사로부터 그러한 요구나 요청을 받았는지에 대해 법무부가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월요일인 21일 이 지시를 공식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트윗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법무부는 감찰관에게 러시아와 트럼프캠프 간 내통 의혹에 관한 FBI의 수사가 정치적으로 오염됐는지를 평가할 것을 요청, 사실상 조사가 시작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성명에서 "부적절한 목적으로 대선 선거전에 누군가 침투했거나 감시했다면 우리는 그에 관해 파악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감찰 요청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미 대선에서 오바마 정부가 트럼프캠프에 FBI 정보원을 심었다는 의혹은 미 보수 매체 '내셔널 리뷰'가 지난 12일 보도한 지 약 한 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대로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폭스비즈니스 등 보수 매체 앵커의 발언을 자신의 트위터에 퍼 나른 뒤, 이를 근거로 "만약 사실이라면 워터게이트보다 큰일", "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라는 주장을 폈다.

WP도 지난 대선 선거전 기간 3명의 트럼프 캠프 고문들과 접촉한 한 정보소식통이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돕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대학교수를 지낸 미국인인 이 소식통이 특검을 돕기로 한데 비춰 FBI가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캠프에 심은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다며 공세를 취해왔으나 현재로서는 그의 신원과 캠프 침투 여부 등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데빈 누네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은 문제의 소식통과 관련한 모든 문건 제출을 법무부에 요구하면서 그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법무부는 응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리들은 해당 소식통의 신원이나 그의 업무를 노출하는 것은 그와 그가 접촉한 인사들 뿐 아니라 국제 정보협력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요청을 일축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에도 대선캠프인 트럼프타워에 대한 '오바마 도청'을 주장하며 의회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그는 트위터에서 "끔찍하다! 오바마가 나의 대선 승리 직전에 트럼프타워를 도청한 사실을 방금 알게 됐다. (도청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은 매카시즘!"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후 법무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청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언론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하고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같은 이유로 사퇴 공세에 직면하자 '러시아 스캔들' 물타기용으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FBI 조사 지시도 막바지에 다다른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트윗에 앞서 오전 9시께부터 30분 동안 5건의 트윗을 연달아 올렸다. 뮬러 특검 수사는 '마녀사냥'이며, 특검의 칼끝은 자신이 아니라 민주당 대선후보이자 '이메일 스캔들'을 일으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 관계인 CNN방송은 그가 670억 달러인 특검 수사 비용을 2천억 달러로 부풀리는 등 5건의 트윗에서 무려 11건의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주장을 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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