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K팝가수들 사이에서 쉽게 쓰이던 ‘월드스타’라는 수식어의 사용 기준을 완전히 높여놓았다.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그들이 거두고 있는 성공신화는 기존 K팝 가수들이 한번도 걸어가지 않은 길이다. 미국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던 싸이, 비와도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부문 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방탄소년단이 수상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5일부터 21일 시상식 직전까지 팬 투표를 통해 반영한 수치를 포함해 수상자를 가리는 상.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 최정상급 팝스타를 제치고 SNS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타로 인정된 것이다.

지난해 이 시상식에 나섰을 때보다 위상이 한단계 높아진 모습이었다. 우선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객석 맨 앞줄에 앉아 다른 아티스트들의 수상과 공연 장면을 즐겼다. 체인스모커 등 교류가 있는 아티스트가 수상할 땐 일어나 이들과 포옹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또, 방탄소년단은 이날 16번의 공연 중 15번째로 등장해 신곡 ‘페이크 러브’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켈리 클락슨이 무대에 올라 방탄소년단을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밴드”라고 소개했다. 시상식 중계진은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 장면 만큼이나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즐기는 객석의 모습, 팬들의 떼창 장면을 자주 카메라로 잡으며 이들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이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K팝스타’를 넘어 여느 ‘팝스타’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존재감을 뽐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이전에 미국에서 화제를 모은 K팝 스타들이 존재했다. 싸이와 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특정 노래, 한 아티스트로서 상품성이 별도로 부각됐었다는 게 한계였다”고 말했다.

싸이는 2012년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핫100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내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파괴력 있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후 ‘강남스타일’ 때만큼의 글로벌 행보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수 비는 한 개인으로서 상품성이 미국에서 주목받고, 뚜렷한 성과도 낸 사례였다. 비는 2006년과 2011년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타임100’에 선정됐다. ‘타임 100’에 두 차례 선정된 아시아인은 비가 최초였다. 비는 2008년 워쇼스키 자매가 만든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하고, 2009년엔 ‘닌자 어쌔신’을 통해 한국 스타로서는 처음 헐리우드 영화 주연을 꿰찼다. 이 작품으로 2010년 MTV ‘무비 어워즈’에서 최고 액션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K팝스타’ 비의 매력을 미국서 크게 어필하는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싸이, 비를 넘어선다. 전세계 최고 수준의 팬덤을 보유한 부분만 인정받는 게 아니라 팝스타들이 앞다퉈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로 꼽을 만큼 음악적으로도 주목받는다. 지금까지 성과 뿐 아니라 앞으로 행보까지 주목받는, 지금까지 K팝에 없었던 유형의 진정한 ‘월드스타’가 탄생하고 있다. 음악적인 면, 스타로서의 상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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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