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서 술 한 잔 주고받는 낭만도 좋지만…

남편 '알코올 의존증' 진단시 아내 위험 14배
"가정내 문제 술로 해결하려다 낭패보기 쉬워

#올해로 결혼 5년차인 회사원 박모(37·여)씨는 최근 남편과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에 푹 빠졌다. 원래 박씨는 음주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자칭 애주가인 남편과 매일 한두 잔씩 마시다 보니 주량이 부쩍 늘었다. '홈술'을 즐길수록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부 사이도 더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결혼 전에 비해 갑자기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돼 건강에 대한 걱정도 크다.

박씨 부부처럼 부담 없이 집에서 함께 술을 즐기는 한인 '홈술 부부'가 최근 늘고 있다. 미국에 이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부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배우자의 잘못된 음주 습관을 다른 사람이 따라갈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함께 '홈술'을 즐기다 함께 알코올의존증(알코올 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알코올전문병원협의회 이무형 회장은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말처럼 함께 살아가다 보면 말투, 행동, 식습관은 물론 건강행태까지 비슷해지기 쉽다"며 "특히 음주 습관은 본인뿐 아니라 부부 상호 간 정서, 생활, 건강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가 과음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과음할 위험이 1.98배 높았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도 남편이 알코올장애로 진단을 받으면 배우자가 같은 질환으로 진단을 받을 위험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적당량의 술은 대화를 유도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지만 음주가 반복되면 습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중에는 배우자와 함께 있는 시간에 음주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술이 없으면 허전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부부가 함께 술을 마시기 때문에 한쪽이 알코올 중독 증상을 보여도 인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 회장은 "주로 배우자와 술을 함께 마셔 온 부부는 서로의 술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오히려 음주를 조장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러한 '술친구형 부부'는 가정 내 갈등이나 문제를 같이 술로 해결하다 보니 결국 부부가 함께 알코올 의존증에 노출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부부간 음주 습관 차이는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부부가 함께 음주해도 술 문제를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최낙형 기자

기내 음주 1위 '한국인'
38% "2잔 이상"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항공 여행 중 가장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온라인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23개국 1만8229명을 대상으로 여행 성향을 조사한 결과 기내·공항에서 술을 2잔 이상 마셔봤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38%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일본 36% ▲인도 34% ▲멕시코 24% ▲브라질 24% ▲홍콩 22% ▲싱가포르 20% ▲미국 17% ▲프랑스 17% ▲스페인 13% 순이었다.